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잘 가라 2018년, 정말 고마웠어 본문

일상

잘 가라 2018년, 정말 고마웠어

달빛사랑 2018. 12. 31. 23:30






늘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주점에서 보냈다. 일행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가 자정이 되면 문화예술회관 광장으로 나가 폭죽놀이를 구경했다. 어떤 때는 무척 추웠고 또 어떤 때는 포근했다. 가끔 축복처럼 눈이 내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감상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취한 채 흐트러져 거리를 누비기도 했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과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밝았다는 것에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늘은 오혁재를 비롯한 카페 <극장 앞> 멤버들이 파티를 벌였다. 와인은 물론 그 귀하다는 해창막걸리, 한라산 소주와 맥주, 그리고 창길 군이 손수 담근 수제 맥주까지 모든 종류의 술이 마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싱싱한 굴 안주에 샐러드, 그리고 치즈와 소시지 등 전문 와인바나 카페에서 판매됨직한 고급스러운 안주들이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 모임을 위해서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자연스럽게 술과 안주를 나눴고 8시쯤 되어서는 혁재와 산이의 노래 공연이 펼쳐졌다.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폼이 나고 먹거리가 많았던 망년회였다. 지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누다가 10시쯤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리는 여전히 한파가 점령하고 있었다. 든든하게 입었지만 추위가 옷 속을 파고들었다. 약간의 취기가 느껴졌다. 집에 도착하니 아들과 어머니가 나를 기다라고 있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할머니를 찾아준 아들이 고마웠다.

 

신포동 카페 <극장 앞>을 가기 전에 태양스튜디오에서 이 회장과 고 작가, 그리고 류 선배와 회동했다. 자서전 출판과 관련하여 최종 정산을 위한 모임이었다. 이 회장은 전문 경영인답게 매사가 철저했다. 애초에 계약했던 금액에서 오버된 금액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류 선배에게 물어왔는데, 그것은 질문이라기보다는 문제제기에 가까워 보였다. 류 선배는 모든 것을 회장님의 뜻에 맡기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애초에 고 작가에게 선() 지급된 착수금 3백만 원에 대해 충분히 문제제기 할만 했다. 고 작가가 신병을 이유로 중도에서 작업을 포기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계약위반이고 계약을 위반했으면 돈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자서전 사업의 총감독을 맡은 류 선배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다. 물론 나중에 회장이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고 나서서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처리되긴 했지만, 회장은 돈 3~4백만 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절차상의 흠결을 꼭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히려 회장의 그런 태도가 맘에 들었다. 배포와는 무관하게 합리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바로잡고 싶어 하는 태도는 나도 배우고 싶은 성정이기 때문이다. 회장은 나에게 수고했고, 고마웠다며 악수를 청해 왔다. 나 역시 이번 작업을 통해 회장님을 많이 알게 되어 기쁘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2018, 아쉬움보다는 고마움을 많이 느낀 한 해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2019년도 올해만 같았으면 좋겠다. 어머니의 건강이 지금처럼 회복된 것도 고맙고, 아들이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한 것도 고맙고, 내 시집이 우수도서로 뽑힌 것도, 2쇄를 찍은 것도, 그리고 일거리들이 많았던 것도 고맙다. 재단 이사에 공모를 해서 다시 연임할 수 있게 된 것도 고맙고, 많은 이들에게 글로 마음으로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고마웠다. 이 모든 것은 항상 미리 알고 예비해주시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 그 분의 은혜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분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어머니와 나의 모든 시간들을 다시금 그분에게 의탁한다. 잘 가라. 201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