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개코막걸리에서 본문

일상

개코막걸리에서

달빛사랑 2018. 10. 4. 22:00

그는 순정한 사람이다. 예순이 훨씬 지난 나이에도 엄청난 독서를 하고 집회나 연대의 현장에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철도 노동자 생활 30년을 마치고 몇 년 전 퇴직하여 두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늘 나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준다. 난 언제나 받기만 한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에 형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몸져 누울 만큼 피곤하거나 다른 약속이 없으면 반드시 형과 만나 막걸리를 마신다. 설혹 다른 약속이 있다해도 바꿀 수 있는 약속이라면 선약을 변경하고 형을 만난다. 오늘도 다른 선배의 시화전이 있는 날이라서 그곳에 들러볼까 했는데, 이권 형과의 약속 때문에 상경 계획을 수정하고 형을 만났다. 물론 권이 형과의 약속 이외에 원고 마감이 하루 앞이고 다른 일정과도 겹치긴 했지만, 하여 전적으로 권이 형 때문에 서울 올라갈 계획을 수정한 것은 아니지만……. 막걸리 서너 병을 함께 나눠 마시고 영종도에 사는 형의 차 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집 근처에서 순대국을 사서 들어갔더니 어머님께서 기다리시다 반갑게 맞아 주었다. 생각보다 일찍 귀가한 것이 좋았던 게 분명하다. 어머님은 내가 사들고 온 포장 순대국을 냄비에 옮겨 담아 다시 끓여 내오셨다. 식탁에 앉아 순대국을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의 표정이 예뻐서 나도 괜스레 마음이 푸근해졌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 주위에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자, 그럼 지금부터 원고를 써볼까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