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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열사들의 영전에 다시금 꽃 한송이 올립니다 본문

일상

열사들의 영전에 다시금 꽃 한송이 올립니다

달빛사랑 2017. 10. 17. 23:30




1

오늘 6시30분 부평역에서는 '2017년 인천민족민주노동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인천지역에서만 80명이 넘는 열사들이 산화해 갔습니다. 그들 중에는 운명하기 불과 며칠 전까지 함께 술잔을 나누었던 선배와 후배도 있습니다. 참으로 길고도 참혹한 시절을 우리는 살아왔습니다. 열사들의 영전에 마음을 담은 꽃 한 송이 다시금 올립니다.


2

행사가 끝나고 구월동으로 이동해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문들을 만났습니다. 일요일에 있을 총동문산우회 기차 등산여행 사전 모임 성격의 번개모임이었습니다.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고, 아무런 부담스러움도 느낄 필요가 없는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습니다. 몇몇 친구들의 신상에는 변화가 있을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오늘도 또 술을 마셨네요. 


적폐 청산과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문화예술인 선언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앞장선다고 했던가. 지난겨울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국가권력을 사유화하고 한국사회 전체를 퇴행시킨 적폐들과 싸우기 위해 기꺼이 작업실과 연습실을 나와 광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시국선언을 하며 광장을 점거했고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를 조직했으며 이후 곳곳에서 깃발과 만장을 휘날리며 불온하기 그지없는 예술행동을 실천했다. 그 과정에서 장르별, 지역별로 흩어져 있던 문화예술인들이 수십 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87년 민주화투쟁과 노동자문화운동을 이끌었던 문화운동가들의 붓질과 춤사위는 노련하고 민첩했다. 이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은 항쟁 과정 자체를 거침없이 비판하며 보다 평등한 저항을 실험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 탄핵과 구속을 끌어냈다. 하지만 또 다른 대리자를 선출하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실질적 민주주의를 원하는 우리는, 새로운 정치적 가상이 아니라 정치적 실천을 원하는 우리는, 문화의 민주화가 아니라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을 원하는 우리는, 아직 광장을 떠나지 않고 여기에 다시 모였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대표를 선출하는 데 참여할 뿐, 일상적 정치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 권력이 허락한 정치적 가상의 소비를 넘어서지 못한다. 비록 우리의 업이 예술적 가상을 창작하는 것일지언정 우리는, 우리들 자신마저 또 하나의 관객으로 전락시키는 정치적 가상의 창작과 소비를 거부한다. 문화의 민주화가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베푸는 시혜이듯, 형식적 민주주의 속에서 시민은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정치적 소비자로서, 참여라는 이름의 정치적 가상을 소비하는 또 다른 형태의 관객으로 전락한다. 문화민주주의와 함께 실질적 민주주의는 시민이 일상적 정치에 참여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 주체와 권력을 창출해 내는 정치적 생산 과정이다. 장르별, 지역별로 곳곳에 존재하는, 우리들 자신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 문화예술계 내부의 부정의와 불평등, 독재와 검열, 일상에서 마주치는 그 수많은 작은 적폐들까지 청산하기 위해, 다음 선거를 기다릴 수도 없거니와 기다릴 필요도 없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은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아닌 시민으로서 우리 문화예술인들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 사태로 명확해진 것은, 문화야말로 가장 정치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때문에 정치적 중립이나 정치로부터 물러남이 아니라 더 적극적이고 공공연한 정치를, 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논쟁하고 합의하고 실행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해서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는 탄핵 이후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로 조직을 전환, 한편으로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적폐청산에 앞장 서왔고, 또 한편으로는 지난겨울 광장에서 함께 싸웠던 문화예술인들과의 연대를 토대로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길을 모색해 왔다. 지난겨울 광장에서 싸웠던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와 제도개선위원회는 국가와 시민사회 양쪽에 걸쳐 있는 문화예술계 시민정부로서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실험이다.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이 실험을 문화체육관광부 아래에서 블랙리스트 사태만을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문화예술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으로 확장하기를 원한다.

 

형식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 문화의 민주화와 문화민주주의의 차이는 결과의 분배가 아니라 과정과 권력의 분배로서 정치적 차이이다.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이 실험이 또 다른 권력의 독점과 정치적 가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젠더와 인종, 장르와 지역을 넘어 더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 아울러 그럼에도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참여를 위한 조건은 무엇이고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까를 함께 모색하고 실천하기를 원한다. 가장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문화를 담당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으로 그 스스로 문화예술인과 시민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혁신을 통해 행정을 넘어 정치 공간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은 중앙으로부터 독립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동시에, 지역 문화예술인과의 협치를 실천해야 한다. 물론 새롭게 열린 이 정치공간을 채우는 것은 문화예술인일 뿐만 아니라 시민이기도 한 우리들 자신이다. 예술적 자유나 문화적 평등, 문화산업계 공정성이나 문화예술계 노동권, 그리하여 문화예술의 공공성 확보와 강화, 그 어느 것도 행정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이 시민으로서 정치적 활동을 통해 직접 성취할 것이다.

 

문화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며,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큰 목적이되 미래에 실현 가능한 멀고 높은 목적이 아니라 현재에서 실현해 가는 가깝고 낮은 과정으로서 목적이다. 미래는, 말 그대로 아직 오지 않은 것이며, 때문에 그것의 진보성과 별개로, 미래는 과거와도 현재와도 다른 것이다. 예술에 아직 일말의 진보성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실질적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지평 속에서 이 미래의 영역을 개척하고 새로운 길을 여는 데 있다. 학문과 사랑과 함께, 예술과 정치야말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수적인 활동이다. 누구나 누려야 하는 권리이자 지켜야 하는 의무이며 동시에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는 이 권리와 의무, 그리고 책임을 기꺼이 짊어질 것이다. 자유를 넘어 평등을, 공정성을 넘어 공공성을 강화하고 확장하기 위해 행정을 넘어서는 정치, 문화적 민주화를 넘어 문화민주주의의 실현,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를 실현해 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광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으며, 광장의 점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두르지 않되 주저하지도 않으며, 우리는 미래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다.

 

20171017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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