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이슈포럼 제5주제, '도시재생사업의 허와 실' 본문
인천민예총 문화예술아카데미 ‘이슈 포럼’ 제5주제, “문화적 도시재생 사업의 허와 실”을 진행했습니다. 최근 들어 지자체 별로 도시재생 사업이 붐을 이루고 있는데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도시를 재생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정체성을 훼손하고 활력을 소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도시를 재생한다는 것은 단지 해당 건물이나 공간의 과거 이미지만을 복원하여 유리벽 안에 상품처럼 진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인문학적 접근을 통해서 이루어져 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별로 이루어지는 도시재생 사업의 경우 지나치게 경제적, 사업적 측면에서 접근하다 보니 화려한 외피만을 강조하거나 역사적 사실조차 왜곡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인천은 근대적 문화유산들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인 셈이지요. 그러다보니 인천은 다양한 도시재생작업이 필연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이유를 갖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한시적인 임기 동안에 가시적 성과를 많이 내야 하는 지자체장들은 사업의 의의나 해당 공간이나 건물의 역사적 배경, 그것이 갖는 현재적 의미에 대해서는 안중에 없고 오직 어떻게 하면 많은 관광객을 자신의 지역으로 불러들여 관광수입을 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사장될 위기에 있는 근대적 문화유산들을 정비, 보존함으로써 그것이 도시의 문화상품이 되고, 그 결과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면 그것은 해당지역과 지역구민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인문학적 성찰과 접근 없이 행정 위주의 재생사업이 펼쳐질 경우, 단기간에는 관광객 인입에 성공할는지는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개성과 해당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가 훼손됨으로써 그 도시는 활력과 정체성을 상실하게 될 게 분명합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한 민간연구자들이나 활동가들이 테이블을 만들어서 사업의 의미를 공유해야 할 거라 생각합니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어차피 자신의 당선을 위한 방편으로 도시 재생사업을 활용할 건 뻔한 일입니다. 그들의 전횡과 무분별한 사업을 감시하고 제대로 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시민들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업의 착수단계부터 의견그룹으로서 이슈파이팅을 함으로써 사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일련의 흐름들은 당선 혹은 재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단체장들에게 경고의 의미는 물론 비판적 제언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발제를 한 도시건축재상공방의 대표는 그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를 보여주는 것에 그친 것 같아 약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것은 아마 일본에 있을 때부터 관(官)과 결합하여 재생사업을 진행한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겠지요. 오히려 플로어의 문제제기와 토론의 내용들이 포럼을 훨씬 살찌웠다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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