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8월이 시작되었어요 본문
8월이 시작되었어요. 내가 태어난 것도 8월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8월입니다. 평생을 한량으로 사시다가 말년에는 성경공부로 하루를 소일하시던 아버지는 정을 떼려했던 걸까요. 떠나시는 날도 무척이나 혹독한 폭염 속이었지요. 그리고 오래 전 9살 형이 하늘에 든 것도 여름이었지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지아비와 아들을 모두 8월에 잃은 거예요. 한 동안 어머니의 심장은 8월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격동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부담거리 큰아들의 행복을 위해 밤마다 길고 긴 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지요. 생명을 빚지고 안온함을 빚지고, 그렇게 50년 넘게 살아왔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어머니에게 갚기 힘든 빚더미를 짐 지우고 있는 것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담하고 미안한 일입니다.
어쨌든 여전한 미안함과 한결같은 부끄러움 속에서 다시 시작된 8월, 나는 좀 더 단단해지기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개인적으로 치러야 할 일들과 공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8월입니다. 자칫 중심을 잃고 많이 비틀거릴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죠. 모쪼록 마음 다치지 말고 몸도 잘 추스르는 무탈할 시간 속에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어머니께서 앞으로 10번 이상의 8월을 만나게 되길 아울러 바라면서 내 쪽에서 먼저 8월에게 악수를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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