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한국민예총 이사회(인사동 '낭만') 본문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일까. 이번 이사회 참석자는 예상을 웃돌았다. 제주를 제외하면 전국의 모든 지회에서 참석을 했으니 사무총장인 인석이가 놀랄 만도 했을 것이다. 이미 총국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지 상당 기간이 되었다. 조직의 결합력은 떨어지고 지회의 독자적 행보는 눈에 띄게 많아졌다. 현재 서너 개의 지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독자적인 법인화를 마친 상태다. 전선문예로서의 성격이 강했던 이전 시기, 조직도 구성원들도 단일한 대오 아래 쉽게 결집을 해왔다. 그러나 10여 년 전 실무자의 횡령사건으로 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진 이후 조직은 덜걱거리기 시작했고 현재 총국에는 사무총장 한 사람만 남아 있는 상태다. 물론 지리멸렬한 조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민예총은 조직개편에 대한 고민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진행되는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는 힘을 받지 못하고 표류해 온 게 사실이다. 다만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광역별로 전국조직을 재편하는 안이었는데, 그마저도 작업이 수월하게 이루어져 오진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가을, 촛불탄핵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그리고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실천으로 이루어낸 촛불집회는 가히 혁명적이라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박근혜와 그 주변 비선들의 전횡과 일탈로 인한 정세역전의 국면이었고 그 싸움을 주도한 것은 활동가들이 아닌 국민들이었지만 아무튼 그 여파는 문화운동진영에도 만만찮은 파장을 불러왔다. 꺼져가던 싸움의 동력들이 살아났던 것이다. 모든 변혁의 힘은 결국 민중으로부터 비롯되어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한 시간들이기도 했다. 결국 국민들은 부도덕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정권을 교체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정치현실 중에서 이번 만큼 감격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한국민예총도 광화문 천막촌에서 노숙을 하며 정권교체와 새로운 시민사회 건설을 주장해왔던 하나의 단위로서 박근혜 퇴진과 새로운 정권의 등장에 대해 감격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만 문제는 어려운 시기에는 잠수를 타거나 진보진영에 대해 힐난을 일삼던 이들이 어느 순간 슬그머니 부활해서는 투쟁의 성과를 나누려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라도 진보진영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옥석을 가려내고 국민들의 변화의 의지를 건강하게 발현해내기 위해서 보다 진지하고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어쨌든 많은 이사들이 참석한 회의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그리고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다만, 얼마 전 자진탈퇴한 무용가 선배 하나가 문건을 잔뜩 들고와서는 총장을 비토하며 자신에 대한 태도와 일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헤프닝도 있었는데, 웃지 못할 그 '사건'도 실은 바뀐 정세 속에서 한국민예총의 위상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그 분만의 전망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이를 극대화하고 이견을 증폭시킬 때가 아니다. 근본적인 적폐는 청산해야 하지만 사업 방식과 정세를 보는 관점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 진정성 있는 갈등과 이견들에 대해서는 포용하고 함께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의 의견도 대체로 그러했다.
식당이었던 회의장소 '낭만(풍류시대)'에서 1차 뒤풀이를 마치고 망원동으로 이동, 배인석, 김종선, 가수 문진오 등과 함께 2차를 했다. 최근, 술자리에서의 주된 화제는 새로운 대통령의 행보였는데, 현재까지는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판단이 대세였다. 초심을 잃지 말고 끝까지 국민의 편에 서서 좋은 정치를 펼쳐주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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