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 본문
그는 나에게 무척 무례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다른 후배들에 비해 남다른 애정을 기울였던 후배였다. 그 후배는 분명 ‘형님’이란 단어를 꼬박꼬박 붙였지만 마치 나를 훈계하는 말투였다. 나는 현장에 있고 그 후배는 시 산하 단체인 모 기관에 들어가 있어, 표면적으로는 그와 나의 관계는 야전의 활동가와 준공무원 사이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야전활동가가 공무원에게 훈계를 받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물론 그 후배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해명을 하긴 했지만, 분명 특정 사안에 대해 현장 활동가와 공무원은 온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일단 자신의 운신과 향후 거취에 대해서만 모든 사고를 집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연대사업과 관련하여 지나치게 특정 인물 혹은 단체에 대해 배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오래 전 그들과 활동을 할 때 여러 가지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말 그대로 연대란 통일전선으로서 가끔은 소소한 차이를 소거하고 대의에 함께 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활동의 고립을 자초하지 않으려면 그런 대승적 관점이 때로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필요성은 그 누구보다도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장활동가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이야 때 되면 월급 나오고 정년이 보장되니 그러한 안정된 삶에 대한 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 어린 후배가 야전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벌써 보신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안만 해도 그렇다. 다른 단체의 성명서에 인천민예총이 연명을 한 것은 소소한 차이보다는 대의에 공감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성명서에는 민예총이 받기에는 다소 어려운 요구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그들이 주장하는 것이 당장의 실현은 요원하지만 생각해 볼 필요는 분명히 있는 내용들이었다. 그것을 연대의 한 축인 우리가 못 받을 게 뭐가 있단 말인지.
물론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곤혹스럽고 떼쓰는 것처럼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후배가 몸담고 있는 기관에서 진행되는 활동들을 ‘음모적’이라고 폄하한 것도 기분 나빴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지나온 과정에서 확인했을 때 분명 비민주적인 운영방식이 있었던 것은 사실 아닌가. 그가 만약 좀 더 높고 넓은 차원에서 고민을 했다면 ‘우리의 요구’가 오히려 민주적인 요구이자 정당한 제안이고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을 알았어야 한다. 그런데 그는 개인의 감정과 공무원의 신분이라는 상황과 조건을 빌미로 연대의 대의를 부정한 것이다. 그것이 나는 안타깝다.
명민했던 후배를 무엇이 이토록 변하게 만든 것인지. 절차도 중요하지만, 그리고 현실적 요구를 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지만 가끔은 긴박한 상황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사소취대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공무원의 책상 앞과 현장의 차이다. 그것을 몰랐을 리 만무한 후배의 행동이 나는 거슬렸던 것이다. 알고도 그랬다면 자신의 기득권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고 정말 생각이 그렇게 바뀌어 버린 것이라면 먹물이 들어 투혼을 잃어버린 것이다. 후자의 경우 후배와 나는 앞으로도 자주 부딪치게 될 게 분명하다. 서글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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