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심한 감기 몸살 본문
지난주까지 각종 회의와 모임 일정을 쫓아다니느라 체력이 소진되어서 그런 건지, 오늘 아침,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교회 가지 않겠느냐며 내 방문을 두드리시는 어머님께, 심려를 끼칠 걸 알면서도 앓는 소리를 내야 했다. 일요일 아침, 심각한 몸살이 찾아 온 것이다. 교회를 다녀오셨을 때까지도 내가 일어나지 못하자, 어머님께서는 ‘아플수록 뭔가를 먹어야 한다.’시며 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점심때가 이미 지났지만, 전혀 식욕이 느껴지질 않았다. 하지만, 누워있을수록 더욱 까라질 것 같아서 남은 힘을 다 해 일어나 앉아, 어머님께서 쑤어 주신 흰죽을 몇 숟갈 입에 떠 넣었다. 첫술을 떠 넣을 때까지도 입이 깔깔해서 도무지 당기질 않더니, 몇 숟가락 연해 먹으니 그냥저냥 먹을 만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안타까운 모습으로 지켜보는 어머님을 보는 것이 내게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죽을 먹었더니 조금 힘이 나네요. 고마워요.”라고 말씀드리고, 오후 햇살이 따사로운 베란다로 나가 한 동안 의자에 앉아 무념무상의 노인처럼 해바라기를 했다. 그러다가 다시 잠자리에 누워 혼곤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사위(四圍)가 어둑어둑해졌다.
내가 일어나기를 노심초사 바라고 계셨던지 어머님께서는 내가 깨자마자 식사부터 하자고 채근하셨다. “죽보다 밥을 먹어야 한다. 밥을 먹어야 힘이 나고 병도 떠나는 법이야.”라시며 소고기를 넣고 끓인 무국과 공기밥을 쟁반에 얹어 방으로 갖고 들어오셨다. 내가 먹는 걸 기어코 확인해야겠다는 표정으로, “한 숟갈 먹어 봐라. 간이 맞나 모르겠다.” 말씀하시는 어머님을 누운 채로 보기가 민망해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쟁반을 들고 거실로 나가 그곳에서 국과 밥을 먹었다. 약을 먹고 푹 자서 그런가 아까보다 머리도 한결 가볍고, 몸도 나아진 것 같고 의외로 식사도 입과 몸에서 잘 받는 것 같았다. 어젯밤에 들어와 그대로 쓰러져 잔 후, 오늘 밤까지, 잠깐 일어나 죽을 먹은 걸 제외하면 거의 20시간은 잔 셈이다. 참으로 모질고도 혹독한 몸살이 아닐 수 없다. 할 일은 많은데... 이렇게 자꾸 버벅거리면 안 되는데...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라면, 일단 몸부터 정양하는 게 급선무다. 내일 아침, 비 온 뒤의 땅처럼 더욱 강고해진 몸 속으로 깃들, 순정한 정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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