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발렌타인 데이 본문
발렌타인-day가 언제부터 청소년들(을 포함해서 일부 어른들까지)의 명절 아닌 명절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콜릿 상자를 들고 거리를 오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발랄하기 그지없다. 그들에게 있어서 기념일 혹은 명절의 근원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중요한 것은 선물을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과 적어도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맘의 설렘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제과 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정확하게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그들만의 놀이 문화나 축제’를 갖고 있지 못한 한국의 젊은이들에겐 분명 또래 집단 내에서만 은밀하게 수수되는 정서의 교감이나 표현의 갈급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읽어 낸 제과 회사의 상술이란 얼마나 감각 있고, 교묘한 것인가. 더구나 최근에는 애초의 의미, 즉 ‘사랑하는 사람에게 여자가 먼저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는 의미의 외연이 확장되어, 여자는 자기 주변의 남자에게 반의무적으로 초콜릿을 주어야 하는 날로 바뀌어 버렸으니, 그 덕분에 나 같은 나이 든 교사도 여학생들에게 초콜릿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아닌가? 딸들은 아버지에게, 여교사들은 동료 남성 교사들에게, 품앗이처럼 초콜릿을 건네는, 일견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고 있으니, 이걸 좋게 봐야 하는 건지, 상술에 현혹된 부화뇌동(附和雷同)의 행동이라며 비판해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어찌되었든 아들도 여자 친구와 약속을 잡고 초저녁에 나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 걸 보면, 어느 카페나 커피숍에서 초콜릿을 건네받고 술 한 잔 하고 있을 게 뻔하다. 오늘 밤에는 아들 덕에 달달한 초콜릿을 먹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옛날에는 초콜릿을 한 다발 받아도 쟁여놓고 먹지 않거나 남을 주곤 했는데, 나이가 들다보니 저녁만 되면 왜 그렇게 단 것이 당기는 것인지.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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