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엄마, 괜찮아요." 본문

일상

"엄마, 괜찮아요."

달빛사랑 2011. 7. 5. 19:51

 

 

어머님께서 냄비를 개스 렌지 위에 올려놓으신 걸 깜빡하시고, 노인정에 내려가시는 바람에, 찌개는 물론 냄비까지 홀랑 다 타버렸는데, 다행이 시험을 끝낸 아들이 일찍 귀가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으면, 화재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어젯밤 늦게 귀가한 나는 그 말을 오늘 아침에서야 들었는데, 잘못을 저지른 어린 아이처럼 어머니는 스스로를 무척 자책하시면서, 미안해하셨다. 사실, 냄비를 태운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프라이팬 하나도 못쓰게 되었고, 냄비도 서너 번 태우셨던 이력이 있으시다. 하지만, 그건 어머님만 그런 건 아니다. 나 역시 화장실 불을 끄지 않고, 출근한 경험이 여러 번 있고, 심지어는 안경을 비롯해, 나의 물건들을 종종 잃어버리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가? 건망증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노인들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노인이고, 주변의 관심을 더욱 필요로 하는 게 아니겠는가? 마치 큰 죄를 지은 듯, 잔뜩 주눅 든 목소리로 어제 오후의 일들을 말씀하시는 어머니께, 나는 괜찮아요... 어차피 그 냄비, 손잡이도 덜렁거리고해서 버리려고 했어요. 그리고, 큰 사고 나지 않았으면 됐지요, .”하고 말해드렸다. 매번 깜빡하거나, 무언가를 잃을 때마다 지청구를 먹어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어쩌면 회초리로 하루 종일 맞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나저나 말씀은 그렇게 해드렸지만, 연세 때문에 총기가 자꾸 흐려지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맘이 짠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들 사이를 빗물처럼 흐르다...  (0) 2011.07.07
비오는 수요일 밤  (0) 2011.07.06
"자꾸 뒤돌아보지 말기를....."  (0) 2011.07.04
많은 비가 내린 날....   (0) 2011.07.03
후배 최성일 하늘에 들다...  (0) 2011.07.02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