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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비오는 수요일 밤 본문

일상

비오는 수요일 밤

달빛사랑 2011. 7. 6. 23:30

 

 <문화비평> 편집회의를 마치고, 편집위원들과 오랜만에 중국요리를 먹었다. 이를 치료하고 있는 중이라서, 질긴 해물요리는 먹지 못했고, 마파두부와 양장피만 먹었다. ()는 정말 오복(五福) 중에 하나라는 걸 요즘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먹고 싶은 걸 맘대로 먹지 못할 때, 괜스레 서글퍼진다. 일찍 틀니를 하셨던 어머님의 마음이 어땠을까 짐작이 갔다. 그곳에서 나와 또 다른 회의 일정이 있던 종필이는 <부평아트센터>로 향했고, 나머지는 구월동 <문화예술회관> 쪽으로 이동해서, 다른 약속이 있던 편집 주간 광일이형을 제외하고, 나와 창길이 영욱이, 이렇게 셋이서 주점 갈매기의 꿈에 들러 막걸리를 마셨다. 한 시간 반쯤 지나서, 광일이 형이 합류, 많은 대화를 나누며 유쾌한 술자리를 펼쳐가고 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제법 굵은 걸 보니, 쉽게 그칠 비가 아닌 듯싶었다. <갈매기의 꿈>에서 근처 다른 술집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영택이와 희순이, 그리고 문학평론가 창수 형이 합류했다. 문청(文靑) 시절과 민주화 운동 시절부터 줄곧 함께 해온 어언 30년 지기 창수 형은 내가 제일 좋아하면서도 어려워하는 선배다. 뒤늦게 합류한 일행들은 전작(前酌) 때문인지, 내리는 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들이 행복하고 유순한모양으로 약간씩 풀어져 있었다. 그 자리에서 창수 형은 막 출간된 <작가들>에 실린 나의 시, <슬픈 연인들을 위하여>를 소리 내어 읽었는데, 열린 문을 통해 들리는 장한 빗소리에 낭송소리가 자꾸 묻혀서, 마치 선언문을 읽는 것처럼 큰 목소리를 내야했다. 그게 너무 우스워서 일행들은 모두 다시 건배!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거세지는 빗물, 둥둥 떠다니는 섬처럼 시나브로 고립되어가는 느낌의 술집, 유쾌한 풀어짐, 인도를 장악한 도도한 빗물의 흐름이 가져다주는, 마치 나도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는 듯한 착시(錯視) ... 아름다운 사람들과 비처럼 흐르고, 물처럼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는 비오는 수요일 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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