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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새.... 천상병 시인을 추억하며 본문

일상

새.... 천상병 시인을 추억하며

달빛사랑 2009. 7. 16. 12:49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 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주일,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의 새.-천상병, '새' 전문

 

 

 

대학시절... 몇몇 대학 문학회 친구들은
매년 여름과 겨울, 백마에 있는 술집이나 카페를 빌려
시 낭송회를 열곤 했는데, 

백마의 술집 '착한 농부의 썩은 사과'에서 열렸던

84년 겨울의 시낭송회에서(이때는 내가 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나는 천상병 시인을 처음 만났다.

그때 그 분은, 자신의 시집 '주막에서'에 친필 사인을 해서 내게 주었는데, 
정보부에 끌려가서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했던 시인은
'○○○님 惠存'이라는 6글자를 쓰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눌한 말투, 불안한 듯, 단순동작을 반복하는 틱 장애,
그리고 동행했던 후배 시인들에게 '가자, 가자'를 반복적으로 외치던
천상병 시인을 보며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던 기억이 난다. 

 

부도덕한 정권이 일그러뜨린 것은 비단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이렇듯 순수하고 아름다운 한 시인의 삶과 영혼까지도
송두리째 망가뜨렸던 것이다. 정말 혹독하고도 긴 야만의 세월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도 부도덕한 권력의 야만성과

무개념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슬픈 현실이다.

한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정책적으로 가늠해보려면

해당 국가의 문화정책 담당자의 수준을 보면 된다.

대한민국의 문화부 장관이 최근 벌인

일련의 쇼맨십 정책들을 살펴보라. 정말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한 명민하고 빛나는 시인의 시들을 보며,

감동과 추억의 아련함을 느끼면서도

또 한편으론... 답답해서 한숨이 푹하고 나오는

이 거지같은 현실... 아..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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