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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난..확실히 너(달)의 정기를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해... 어딜가나 나를 내려다보며, 나와 함께 해온 친구.. 그러나 넌 나를 한번도 타박하지 않았지...심지어는 노상방뇨의 순간까지 해학적 분위기를 저 스스로 애써(?) 조성하면서 묵묵하게 지켜봐 온 친구... 내가 마음의 여유가 많아 가슴 ..
아주 아주 오래 전 바닷가 한 왕국에 한 소녀가 살았어요. 애너벨 리라면, 당신도 알지 몰라요. 이 소녀는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밖엔 딴 생각은 아무 것도 없이 살았어요. 나도 어렸고 그 애도 어렸죠. 바닷가 이 왕국에서. 하지만 우린 보통 사랑 이상으로 사랑했어요. 나와 애너벨 리는. 하늘..

도화서 스승 홍도가 제자 윤복에게 묻는다.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냐?"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어째서 그러하냐?" "가령, '저문 강 노을지고 그대를 그리노라'라고 읊을 때, 강을 그리는 것은 곧 못견디게 그리워함이 아닙니까?" "...계속 해 보아라." "그림이 그리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리움이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어째서 그러하냐?" "그리운 사람이 있으면 얼굴 그림이 되고, 그리운 산이 있으면 산 그림이 되기에 그렇습니다.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소설, '바람의 화원' 중에서 참 멋진 대화다.
일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물과 이미지들.... 가령 열리기 위해 존재하는 자물쇠와 우리가 가는 길을 완곡하게 제한하는 '서시오' 불빛(빨간불) 내방으로 통하는 입구에 놓인 오래된 조화(造花) 어긋난 약속과 수신되지 못한 편지 내 삶의 공간과 시간을 쪼개어 의미를 부여하는 신발과 시계 이제 내 몸과 생활의 일부가 돼 버린 안경과 커피 커튼 너머로 펼쳐지는 창밖의 풍경 비 내리기 전의 묵시록적 하늘과 숨죽인 도시 나는 이 모든 이미지들과 동거중이다. 신 앞에 선 단독자로서 느끼는 절대 고독을 제외하면 이 세상에 홀로인 존재는 없다. 적어도 엄살쟁이가 아니라면...

우리도 연애시절 이랬을까요...몇몇 사례는 확실히 공감 가는 장면이네요.*^^* '사이다'라는 쇼프로를 보다 재미삼아 캡쳐해봤습니다.
문명의 이기는 우리에게 약인가 혹은 독인가? 휴대폰을 집에 놓고 나왔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이란.... 휴대폰 사용으로 인한 기억력의 퇴화... 자동차로 인한 다리 힘의 퇴화.... 나는 각종 전자 제품이 발산하는 전자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한 모든 것들이 전산화되고, 이러한 문명의 흐름에 낯섦을 느끼는 사람은 현대 사회에 적응할 수 없다. 허다한 군중 속에 있으면서도 고독을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의 독성을 알면서도 나는 길들여져 있다. 독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가 된 것이다. 현대에서 나의 정체성은 각종 카드의 일련번호와 바코드로 결정된다. 나는 어쩌면 능동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기들에 의해 피동적 존재로서 '살아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집을 나서면 대공원까지 가는 자전거 도로가 깔끔하게 뚫려 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질 때는 정말 아름다운 꽃길이 만들어지죠. 자전거 도로 아래쪽으로는 장수천이 흐르고, 흙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하나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시멘트 옹벽 사이로 노란 민들레꽃 한 ..
술꾼들에게는 참새 방앗간이라고 해야할까? 문득 외로워질 때나 누군가가 그리울 때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발이 먼저 찾아가 머무는 곳, '광팔이네 막걸리집' 그곳에는... 언제나 넉넉한 주인장 봉춘이와 날마다 일수(?) 찍는 기상이와 허허실실 근철이와 언제나 바람같이 자유로운 동호..
새로 구입한 책들이 오기로 한 날.... 한 묶음의 책들을 버리기로 했다. 화려한 외장(표지)과 도도한 의지(내용)를 지닌 새로 오는 책들에게 책장의 한 켠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장강의 뒷물에 밀리는 앞물결처럼 그들은 하릴없이 노끈에 묶인다. 자신들과 얽혀있는 추억을 나에게 환기시..
몇년째 방치하고 있던 블로그 '장밋빛 인생'을 정리했다. ('정리'?..왠지 '손 봐 준다'는 조폭들의 은어처럼 냉혹한 느낌이 드네) 나의 블로그는 자다가 문득 깨어 바라본 세상처럼 낯설게 '여기'에 있었다. 마치 책임지지 못할 약속을 던지곤 하는 끼많은 남자처럼 나는 미안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던 시간과 공간들.... 물론 나는 컴퓨터가 서툴러 '여기'에서 '지금'까지 기다려 준 '장미빛 인생'에게 폼나는 의장을 선사하지 못한다. 촌스런 포맷, 어수선한 배열, 두서없는 글과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생각들을 나열할 수밖에 없지만...그러나 오래전에 해놓고 지키지 못한 약속처럼 부담스럽던 마음이 약간이나마 개운해지는 건 또 무언지... 사실 그 동안의 나의 삶이 늘 '장밋빛'은 아니었다. 사소함을 가장한 날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