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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꼰대를 위한 나라는 없다 (6-2-월, 종일 흐림) 본문

일상

꼰대를 위한 나라는 없다 (6-2-월, 종일 흐림)

달빛사랑 2025. 6. 2. 23:33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침대에 누운 채 모바일 어플로 날씨를 확인했다. 정오 무렵 잠깐 비 온다는 예보가 떴다. '잠깐'에 생각이 꽂혀 출근할 때 일부러 우산을 안 들고 나왔다. 점심 먹으로 갈 때, 예보대로 잠깐 빗방울 떨어졌다. 비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빗방울이었다. 우산을 안 써도 옷이 젖지 않을 만큼 알량했다. 

 

대개 선거일에 비가 많이 오면 투표율이 떨어진다. 노인들이 궂은 날씨에 투표장 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70대 이상 노인들이 전폭 지지하는 국힘 후보 김 씨로서는 궂은 날씨가 무척 못마땅할 게 분명하다. 물론 날이 좋아도 변수는 있다. 날이 너무 좋으면 젊은이들이 들로 산으로 외유를 떠나 상대적으로 젊은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 후보가 불리해진다. 

 

하지만 이처럼 날씨 하나에도 조바심 내는 경우는 박빙 승부가 펼쳐질 때고, 이번처럼 민주당 후보가 선거운동 시작부터 최근까지 내내 10% 전후로 우위를 점해온 경우는, 설사 날씨로 인한 득표율 증감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수치가 의미 있는 수치는 아닐 것이다. 어차피 승부는 이미 서너 달 전에 끝났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민주당 후보가 의도적으로 허튼짓을 벌이거나 살인, 강도와 같은 흉악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그의 승리는 확정적이라는 것. 

 

한편, 그렇지 않아도 퇴물로 괄시받는 노인들에게는 투표 참여 행위가 자신의 사회적 존재 의미를 인정받는 한 과정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적극적인 방식이자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선거에서 자신의 한 표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착각)은 잠시나마 노인들을 뿌듯하게 해 줄 게 틀림없다. 국가와 그 국가의 시스템이 노인인 자신들을 의미 있는 사회적 존재로 대우해 주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에는 얼굴 보기 힘든 유명 정치인들이 “여러분의 지지가 제 생명입니다”라면서 머리를 조아리는 일이 어디 흔한 일인가.

 

따라서 선거는 노인들에게 여러모로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간헐적 사건이다. 다만 70대 이상 보수 우파 노인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들은 고착된 철학(세계관)에 사로잡혀 있으므로 결코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접한 타 후보의 유세나 정책을 근거로 지지 후보를 바꾸려하지 않는다. 바로 그 고착된 퇴행적 세계관이 사실은 자신들을 시대 정서로부터 소외시키고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지만, 어쩌겠는가. 그 ‘고집’과 '왜곡된 신념'을 포기하는 순간, 그들은 껍데기만 남고 영혼은 쏙 빠져나간 허깨비가 되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이 먹고 병들어 내 몸이 시들어가는 것도 안타깝지만, 그것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어느 순간 의식의 명증함을 잃고 잘못된 판단, 퇴행적 판단을 하게 되는 일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꼰대가 되어 젊은이들에게는 기피 대상이 되고, 가족들에게는 민폐가 되는 게 너무 두렵다. 꼰대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배려 없는 사회에서 노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점잖고 분별력 있는 노인이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젊은이나 노인이나 서로가 모두 슬프다. 


모든 후보가 그렇겠지만, 민주 진보 후배들도 최선을 다했을 테니, 이제 남은 일은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 그 하늘의 뜻은 국민의 표심으로 나타나겠지. 모름지기 정치의 근본은 백성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행복한 백성은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하늘의 뜻을 저버리지도 않는다. 그 순천자(順天者), 순명자(順命者)의 마음이 곧 백성의 마음이자 하늘의 마음일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백성이 곧 하늘이고, 하늘이 곧 백성이라는 생각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단순하고 명백한 진리를 망각하는 순간, 그 정치인은 백성을 저버리고 하늘을 등지게 되는 것이다. 하늘의 뜻을 거역하는 인간들을 하늘인들 온전히 내버려 두겠는가? 내일 우리는 그 단순하면서도 자명한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벅차다.


점심에 김 목사님, 보운 형과 횟집에 들러 회덮밥을 먹었다. 청사 앞 쪽에 새로 생긴 횟집이었는데, 가격도 싸고 먹을 만했지만, 그렇다고 맛집이라며 권할 만큼은 아니다. 다만 가성비(알밥 7천 원, 덮밥 9천 원)는 괜찮았다. 직장인들에게는 가성비가 메뉴 선택의 큰 기준이다. 식사를 마치고 산책을 위해 시청 쪽으로 걸어가다가 이재명 후보 선거운동 중인 인천지역 사회단체 소속 선후배들을 만났다. (민주당 시당 사무실이 시청 앞이다) 인천에서는 얼마전 진보정당까지 포함하는 선거연합을 결정했다. 정의당 권 아무개 후보가 있는데도 굳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걸 보면 그들이 이번 선거의 목표(내란 세력 척결)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김 목사님은 그들과 합류했고, 보운 형과 나는 시청 앞 잔디밭을 서너 바퀴 돌다가 사무실로 돌아왔다. 날씨는 종일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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