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5월을 보내며, 낮술 (5-31-토, 맑음) 본문

정신없던 5월도 이제 다 갔다. 5월은 여러모로 의미 많은 달이지만, 올해 5월은 여느 해보다 숨 가빴다. 내란 세력들의 발호와 결집, 대통령 선거 출마자들의 혼탁한 선거운동, 5월답지 않게 더운 날씨, 아, 그렇다, 특히 날씨! 날씨는 그러면 안 되었다. 본디 5월은 얼마나 상큼하고 아름다운 달인가. 여름에 맘을 빼앗긴 5월은 눈치 없어 보이고, 얄미워 보이고, 가끔 한심해 보였다.❚하지만 나는 5월을 미워할 수 없다. 개인적인 인연, 이를테면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의 생일이 대부분 5월이라는 건 차치하더라도 5월은 광주항쟁, 인천항쟁 등 현대사의 큰 변화를 초래한 시민들의 항쟁이 일어났던 달이다.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는가? 생전 몇 번이나 더 5월을 만나게 될는지 알 수 없지만, 5월을 맞고 보내는 마음은 늘 내게는 애틋하다.
오후에는 장(張)을 만났다. 염색하러 미용실에 갔는데 문을 닫았다며 전화했는데, 그의 목소리에 무료함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우리 동네로 오라고 해서 일단 만수역에서 만났고, 어딜 갈지 고민하다 3지구 ‘황해냉면’으로 가기로 했다. 12시 전에 도착하니 다행히 빈자리가 있었다. 하지만 30분도 안 되어 식당은 만원이 되었다. 우리는 수육 2접시, 빈대떡, 그리고 물냉면과 소주 3병을 마신 후, 우리 집 근처 ‘청솔밀면’으로 자리를 옮겨 해물짬뽕 국물에 다시 소주 1병을 반주로 나눠마셨다. 짬뽕을 주문하면서 면은 빼고 국물만 달라고 했는데, (냉면과 수육을 먹고 와 이미 배가 차 있었다) 면을 뺐어도 워낙 홍합을 비롯하여 새우, 오징어 등 해물이 많아 안주로 먹기에는 충분했다.
1, 2차 합쳐 두 명이 소주 4병이면 낮술치곤 많이 마신 셈인데, 그러고도 아이스크림과 소주 2병을 사 들고 (왔지만) 우리 집에 와서 대화하며 1병 더 (각각 1병을 마심 게 아니라 1병을 나눠서) 마셨다. 사실 그 한 병도 주로 장이 마셨다. 아무튼 오늘 하루 총 5병, 각각 2병 반씩 마신 셈인데, 나는 적당했으나 장(張)은 심모 시인의 전화를 받고는 그(심 시인)의 집에 가서 한잔 더하겠다며 우리 집을 나갔다.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사람 중 막걸리는 오혁재, 소주는 장이 최고로 잘 마신다. 무서운 술꾼들이다. 장이 돌아가고 아이스크림 3분의 1을 먹으며 대선에 나온 후보들의 유세 뉴스를 보았다. 대세는 민주당 후보로 굳어진 듯 보였다. 아쉽게도 권영국 후보는 지지율이 미미했다. 아직은 진보정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 같다.
빨리 선거가 끝나고 내란 세력과 검찰 적폐를 뿌리 뽑았으면 좋겠는데……. 민주당 후보를 믿을 수는 있는 걸까? 아무튼 잘 가라,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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