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봄은 거리와 들판에만 있는 게 아니야 (3-9-일, 맑음) 본문
천안에 있는 후배가 변산바람꽃과 노루귀의 사진을 보내주었다. 지척의 봄을 사진에 담아 보내준 것이다. 공기질만 좋았다면 공원이라도 찾았을 텐데...... 그러나 봄은 산과 들판, 공원과 거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봄은 내 옷장과 책상, 책꽂이와 창틀에도 있고, 냉장고와 신발장, 테라스의 화초들 위에도 있다. 또한 봄은 내 마음속에도 들어와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고 있다. 이 몽글거리는 떨림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처음 새순을 내미는 꽃나무의 마음이 이와 같을까? 그렇다면 이 봄에는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이 느낌, 믿어도 될까? 해마다 이맘때면 봄의 충동질에 마음이 온통 소년처럼 부풀었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흘러가 버린 여느 해의 봄처럼, 올봄도 마음만 실컷 부풀려 놓고 슬며시 떠나버릴는지도 모를 일이지. 하지만 그러면 또 어떠랴. 봄은 모든 걸 쉽게 용서할 수 있고, 유혹도 무너짐도, 이별도 그리움도 모두 허용되는 시간인 것을. 나는 이미 봄에 들렸다(憑).
오늘 들은 재미있고 훈훈한 이야기, 그 첫째, 사모아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리면, 유치장에 갇혀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 뜬금없지만 재미있는 법이다. 이러한 법이 부부간의 사랑을 더욱 돈독하게 해 줄지 남편의 화를 돋워 분란만 키울지 알 수 없으나, 이 법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 다시 말해 그 입법 취지를 생각해 보면 너무도 귀엽고 아름답다.
또 하나, 외국 어느 나라에서는 반려견을 3회 이상 산책시키지 않으면 처벌받는다고 한다. 동물이나 소수자,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 적어도 생명 있는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는 성숙한 사회다. 그리고 그러한 법을 만든 사회의 구성원들은 행복할 것이다.
저녁에는 닭백숙을 끓여 먹었다.
내가 닭백숙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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