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편견과 오해 (11-12-화, 맑음) 본문
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모임에는 잘 나가지 않는 편이다. 이를테면 오늘 특보들과 전전 비서실장 에이치와의 만남이 그런 경우다. 일단 교육청 밖의 인물과 현 보좌관들이 자주 만나는 건,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오해 사기 십상이다. 사실 우리가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잖은가. 일단 나는 에이치와 친한 사이가 아니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청에서 근무할 때, 오며 가며 얼굴을 익힌 사람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내가 들어오고 이내 청을 나갔다. 그때 그와 함께 지내며 들었던 느낌은,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정당에서 파견한 인물이라서 그런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런 목적성이 보이지 않을 때의 그의 모습은 한 없이 순박한 충청도 아저씨였다. 하지만 술도 좋아하고 베풀기도 잘하고 호탕하게 웃기도 잘하는 그가 뭔가 의도를 가지고 모임을 제안했을 때는 (이를테면 선거를 앞둔 이너써클 멤버들이 해야 할 일이나 연락망 구축 등) 표정이 확 달라지곤 했는데,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이 무척 낯설면서 부담스러웠다. 그가 '그런 말'을 할 때면 내가 마치 거대한 어떤 세력에게 조종(활용) 당하는 느낌이 들곤 했다. 물론 자격지심이었게 분명하다. 나와 동갑인 그는 한 번도 나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어쩌면 나는 그를 처음 봤을 때, 그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고 '정당인 출신이 왜 교육청에?'라는 의문에 비롯된 편견을 가지고 그를 바라봤던 것 같다. 한번 만들어진 편견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었을 뿐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금도 그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그에게 미안하다. 타인에게 듣는 그에 관한 평판은 하나같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를 마음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안 했다. 오늘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네오는 그의 얼굴을 보며 설사 내가 상처를 받더라도 그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진심으로 소통하고, 후회는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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