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폭설, 그 이후 (11-28-목, 오전까지 눈발 날리다 갬) 본문
맙소사, 비록 일찍 일어나긴 했지만, 어젯밤 늦게까지 맹렬하던 눈발이 오늘 아침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 담장에 쌓인 눈은 얼핏 봐도 20센티는 넘어 보였다. 계단에 눈 쌓였을 걱정되어 나가 봤더니 다행히 한쪽에만 쌓인 채 녹아가고 있었다. 옷을 챙겨 입고 본격적으로 눈 치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눈은 물을 먹고 있어 무척 무거웠다. 워낙 많은 눈이 내린 데다가 물까지 먹고 있어 넉가래로 밀 때는 힘이 들었다. 계단은 작은 청소용 부삽으로 눈을 치웠고 정원의 눈과 대문 앞의 눈은 넉가래로 밀었다. 방한용 누비바지와 오리털 파카를 입고 얼추 40분가량 눈을 치웠더니 속에 땀이 났다. 눈을 치우는 동안에도 가루눈이 펄펄 내렸지만, 바닥에 쌓이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오늘 아침 날씨가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희한하게 눈은 따듯한 장판 위에 쌓인 것처럼 빠르게 녹아 흘러내렸다. 오후가 되자 그 많던 눈들은 보이지 않고 바닥에는 물만 흥건했다. 첫눈이 이번처럼 폭설로 내린 것도 처음이지만, 내린 눈의 8할이 하루도 못 가서 녹아내린 일도 처음이다. 운전이 생업인 사람들과 자동차들의 안전 운행을 위해서는 바람직했지만, 이틀 내내 맹렬하게 내리던 눈의 기세를 생각하면 약간은 허망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천주교 사제들이 윤석열 퇴진을 위한 시국 미사를 올렸다.
부도덕한 권력이 말기적 증상을 보일 때마다 보아왔던 이 익숙한 기시감.
지금에라도 대다수 국민이 윤의 본색을 알게 되어 다행인 건지,
지금까지 그에 의해 훼손된 민주주의가 아까워 불행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들 부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임기를 채우더라도
퇴임 후 그들 부부는 국민의 이름으로 냉혹한 심판을 받게 될 거라는 건 명백하다.
어쩌다 우리는 이리도 파렴치하고 분별없는 지도자를 만나게 되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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