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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대학 선배를 만나다 (11-29-금, 흐림) 본문

일상

대학 선배를 만나다 (11-29-금, 흐림)

달빛사랑 2024. 11. 29. 23:33

 

연세대 선배이자 문학회 선배인 준호 형이 인천에 왔다. 대학 시절에도 다른 선배보다 유독 준호 형과 친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 알게 된 일이지만, 모든 후배가 하나같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건 아마도 준호 형이 선배로서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후배들을 진정성 있게 대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문학회 회원이었지만 활동 당시 시나 소설을 쓰진 않았고, 졸업 후에는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가 얼마 전 정년퇴임을 했다. 그리고 졸업 이후 서로 연락이 끊어졌던 회원들을 결속시킨 것도 형이었다. 그는 직접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회원들을 초대했고 그의 초대에 기꺼이 응한 30여 명의 회원들이 지금도 그 채팅방을 통해 경조사 소식과 평상시의 안부를 나누고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예술회관역에서 오후 3시에 형을 만났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형은 3시 정각에 “부평역에서 지하철 탔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3시 10분쯤 형을 만나 6번 출구 쪽으로 걸어가면서 “무얼 좋아하세요?” 하고 물었더니 형은 “아무 데나 다 좋아. 일단 너 단골집으로 가자”라고 했다. “그럴까요?” 했지만, 역을 빠져나와 광장을 가로질 때는 ‘혹시 아직 문 안 열었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다. 시간이 너무 일렀기 때문이다. 만약 인천집이나 갈매기가 오픈 전이었으면 밴댕이 골목에 있는 용궁정에 들를 생각이었다. 용궁정은 요즘 점심 메뉴를 팔기 때문에 일찍 문을 연다.

 

다행히 인천집은 오픈 전이었으나 갈매기는 문이 열려 있었다. 심지어 난로도 켜놓아 실내에 들어섰을 때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졌다. 막걸리를 좋아하나 술이 약한 형은 “내 주량은 딱 막걸리 2병이 맥시멈인 거 알지? 너는 나보다 잘 마실 테니 최소 우리가 4병은 마시지 않겠니? 그러니 네 덕분에 맛있는 막걸리를 마셔 보고 싶으니 몇 종류 권해 봐” 했다. 나는 소성주 플러스와 연꽃 막걸리를 권했고 사장인 종우 형은 최근에 나온 ‘소성주 일구삼팔(1938)’을 권했다. 형은 각각의 막걸리를 마시며 짤막하게 품평했는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였다. ‘일구삼팔’은 나도 마셔 보지 않아서 맛이 궁금했다. 종우 형은 서비스로 오징어젓갈과 홍어애를 내주었고 형은 안주로 두부김치를 주문했다.

 

술 마시기보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정말 딱 4명을 마시고 우리는 갈매기를 나왔다. 인천집 앞을 지날 때 “다음에는 여기도 와 보면 좋아할 거예요” 했더니 “그러자고. 내가 당뇨 때문에 하루에 많은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질 못해. 오늘도 사실 양을 초과한 거야”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 얼굴에서 무척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았던 모양이다. 그곳(인천집)에서 술 마시다 나를 본 광석이가 나와서 인사했다. 형과 나는 함께 지하철을 탔고 시청역에서 헤어졌다. 동네에 도착해서 순댓국과 아이스크림을 샀고, 샤워한 후에는 그 두 개를 다 먹었고 실내 자전거를 타며 운동하고 있을 때 진동과 은준에게서 전화했다. 받지 않았다.

 

오늘 준호 형은 헤어지면서(전철을 기다리며) "글 열심히 써!" 하며 가족 연필꽂이를 건넸다.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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