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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누나들과 점심식사 (8-9-금, 맑음) 본문

일상

누나들과 점심식사 (8-9-금, 맑음)

달빛사랑 2024. 8. 9. 23:14

 

큰누나 생신이 내일이라서 오늘 누나들과 만수 3지구 한정식집 ‘수라’에서 점심 먹었다. 예전 엄마가 살아계실 때 자주 갔던 집이다. 결코 밥값이 싸지 않은데도 이곳은 늘 손님들로 북적인다. 아마도 재료가 신선하고 음식 맛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나야 갈 때마다 늘 ‘그래도 이 가격만큼은 아니야’라고 생각하곤 했지만, 그래도 인근에 이만한 집이 없으니 ‘그럴듯하게’ 밥 먹을 일이 있을 때면 이곳을 찾게 되는 것이다. 메뉴도 찜, 조림, 탕 등 다양해서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과 동행해도 선택에 문제가 없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던 큰누나가 오늘은 밥을 전혀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웠다. 다행이었다.

 

식사 후 근처 ‘커피 퐁당’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누나는 식사하러 나오는 길에 사놓고 한 번도 입거나 사용하지 않은 매형의 옷과 손수건, 포장도 뜯지 않은 양말을 가득 담은 쇼핑백을 나에게 주며 “신발과 청바지들은 다 버렸어. 그런데 이것들은 매형이 사놓기만 하고 입거나 신은 적이 없는 티셔츠와 양말이야.” 했다. 나는 “청바지는 왜 버렸어요? 매형하고 나하고 허리가 비슷할 텐데” 했더니, “입던 걸 줄 수는 없잖아”라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나와 헤어져 집에 돌아와 받아 온 옷을 입어 봤더니 다행히 잘 맞았다. 그리고 모두가 명품들이었다. 옷을 입을 때마다 고인이 생각날 것이다.

 

샤워하고 쉬고 있을 때 작은누나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가 울고불고하면서 전화했더라고”라며 전해준 말에 의하면, 오늘 매형의 카드사용 명세서가 날아왔던 모양이다. 그 명세서를 보니 매형은 14일경부터 병원을 방문했더란다. 그러니까 돌아가시기 8일 전부터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차례 병원에 가서 몸살감기약만 처방받아 복용하다가 갑자기 병세가 나빠진 22일 길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응급실에 들어간 지 13시간 만인 이튿날, 그러니까 23일 새벽에 사망했다. 몸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14일쯤에 좀 더 정밀한 진단을 받고 선제적인 치료를 시작했다면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누나를 포함한 가족들의 생각이지만, 그 또한 매형의 운명일 터이다. 유한한 인간이 하늘의 깊은 뜻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아마도 오늘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와 남편을 생각나게 하는 다양한 계기와 사물들로 인해 앞으로도 누나는 자주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그리움이 무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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