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쇼핑 중독 (8-10-토, 맑음) 본문
최근 들어 온라인 쇼핑이 잦다. 뭐 대단한 걸 구매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 그저 자잘한 것들을 자주 구매한다. 이를테면 메모지, 양면테이프, 만년필, 찍찍이 테이프, 케이블타이, 기계식 키보드, 가방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그것들만 사는 건 아니고 혈당 검사지, 마요네즈, 냉면 육수, 라면 등도 사들이긴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품목들은 사실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다. 심지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다. 그런데도 이것들을 사들이는 이유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싸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특히 테무) 매우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만년필 하나에 (정말 쓸만하다) 1,500원, 티셔츠 한 벌에 4,000원, 케이블타이 한 묶음에 500원, 이런 식이다. 게다가 무료 배송이다. 테무의 최소 결제 기준 금액은 13,000원, 그러니까 4천 원짜리 티셔츠 두 벌을 사면 5천 원어치 다른 물건을 사야만 최소 결제 기준을 충족시킬 수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1,000원짜리 양면테이프 2개, 500원짜리 찍찍이 테이프 2개, 이런 식으로 자잘한 상품들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지어 마음 한편에는 ‘맘에 안 들면 버리지 뭐’ 하는 심리조차 깔려 있다. 그만큼 싸다는 말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지만, 테무에서 산 중국산 제품 중에서도 쓸만한 게 많았다. 청바지도 한국 쇼핑몰보다 현저하게 쌌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었다. 입문자용 기계식 키보드인 독거미 키보드(아우라 F87 PRO)는 너무 맘에 들었다. 가성비 면에서 최근 구매한 물건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물론 키보드는 먼저 사용해 본 사람들의 다양한 후기와 긍정적인 평가를 참고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앞서 말한 만년필이나 가방들 역시 만족도 컸다. 다만 배송이 빠르면 일주일, 더디면 10일까지 걸리기 때문에 ‘총알 배송’이나 ‘로켓 배송’에 익숙해진 사람은 큰 인내심이 필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식이나 전자제품처럼 정교함과 품질이 생명인 상품은 국내에서 구매하고 자잘한 일상용품들은 테무나 알리에서 구매하고 있다. 정말 중국 쇼핑몰에는 없는 게 없다. ‘혹시 이런 게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검색해 보면 국내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저렴한 가격으로 해당 상품이 올라와 있다. 도대체 그렇게 싼 가격에다, 외국까지 무료 배송해 주고 나면 과연 남는 게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것도 다 마케팅의 한 방법일 테지만, 그 방면에 관해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소비자로서는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만 있다면 고마운 일이지만, 중국 쇼핑몰이든 국내 쇼핑몰이든 둘 중 하나는 머잖아 죽어 나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아무튼 내가 (저가 상품) 쇼핑 중독자의 조짐을 보이게 된 연유는 이렇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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