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아버지를 생각하는 날 (8-8-목, 소나기) 본문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했다. 그러나 곧장 집에 오지 않고 학생교육문화회관에 들러 지인인 현정 씨가 회장으로 있는 인천공예인협회가 주최한 공예품 전시회를 둘러보고 왔다. 사실 어제 열린 오픈 행사에 초대받았는데 사람 많은 곳에 가기가 싫어서 일부러 불참했다. 현정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행사 사진을 보니 많은 내빈과 관람객들이 몰려 행사는 성황리에 끝난 모양이었다. 익숙한 얼굴들(하지만 불편한)이 많이 눈에 띄었다.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현정 씨에게 (전시 작품들을) 둘러보고 간다는 문자를 남겼더니 두 정거장쯤 왔을 때 전화가 왔다. ‘왜 연락 안 했냐, 연락했으면 자신이 전시장에 나와서 작품 설명을 해줬을 텐데 아쉽다, 찾아줘서 고맙다’라는, 그런 의례적인 말을 주고받은 후 전화를 끊었다. 매번 느끼는 건데, 현정 씨는 참 부지런하게 사는 여성이다. 명예욕도 있고 정치적 야망도 있다. 후자(정치적 야망에 관한 이야기)는 그녀에게 직접 들은 얘기다. ‘그런 종류’의 야망과 그 야망의 실현을 위한 부지런함이 부러운 건 아니지만 대단한 건 사실이다.
교육문화회관에서 술집으로 새지 않고 곧장 귀가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사를 할 때, 텔레비전 장식장에 놓인 가족사진을 보는 순간 아버지가 생각났다. 물론 우리 형제들은 (형제들이 다 모일 수 있는 날을 고르다 보니) 지난 일요일 가족 묘역에 모여 추도예배를 드렸지만, 실제 아버지의 기일은 바로 오늘이다. 25년 전 오늘, 아버지는 작은 방에서 미음을 좀 갖다 달라고 하셔서 한 모금 마신 후, 손자 수현이의 얼굴을 한 번 보시고는 "피곤하니 뉘어다오" 하시고 자리에 누우신 후 주무시듯 운명하셨다. 그 모습은 무척이나 신비로웠다. 소천하시기 몇 달 전부터 치매 증상이 있으셨는데, 평생을 성경공부만 하시던 분이라서 그러셨을까, 운명의 순간에는 너무도 평화로운 모습이셨다. 엄마도 그렇고 아버지도 그렇고 집에서 주무시듯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집안 어른들의 죽음을 여러 번 목격하면서 아름다운 삶만큼이나 평화로운 죽음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리고 가장 평화로운 죽음은 잠자듯 하늘에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들이 그러셨 듯 말이다. 그건 분명 하늘의 축복이다. 부모님의 신실한 삶을 나는 알기에 그러한 축복은 당연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하늘에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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