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부족한 잠, 빼앗긴 꿈 (2-28-수, 흐림) 본문

일상

부족한 잠, 빼앗긴 꿈 (2-28-수, 흐림)

달빛사랑 2024. 2. 28. 23:29

 

다시 불면의 조짐이 보입니다. 한동안 11시면 잠을 자고 6시면 기상했는데, 최근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그 패턴이 깨져버렸어요. 술이 취해 잠들었다 술이 깨면 잠도 깨는 거지요. 문제는 술 마시지 않는 날은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나의 불면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연조가 깊은 불면이거든요. 30여 년 전 학원 일을 할 때,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십수 년 하다 보니, 수면 리듬이 완전히 깨졌어요. 그때 망가진 리듬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더군요. 이러저러한 이유로 학원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를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또 올빼미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올빼미 생활이 완전히 몸에 밴 거지요. 

내가 아침 일찍 출근하는 직장 생활을 거의 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올빼미 생활을 청산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일 거예요. 민예총 상임이사로 일할 때도 출근 시간이 10시였고, 저녁에는 술자리가 잦아 이튿날 느지막이 출근하는 일이 많았거든요. 그러니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 수밖에요. 단기간의 아르바이트 경험 말고, 아침 일찍 출근하고 따박따박 월급 받는 일은 교육청에서 일한 4년의 세월이  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무원생활은 내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그나마 청으로 출근하면서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오나 했는데, 웬걸요, 관성의 힘은 예사롭지 않더군요. 물론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지기도 했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초저녁 잠이 많아져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저절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술이 문제인가 봐요. 술 마시고 취해서 잠드는 일이 많다 보니, 술 마시지 않은 날은 도통 잠이 오질 않는 겁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요. 불면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을 모를 겁니다. 늦은 밤과 이른 새벽, 홀로 깨어 사색하고 음악 듣고, 간간이 글을 쓰는, 그런 낭만적인 느낌으로 불면을 상상하면 안 됩니다. 불면은 일종의 병이라니까요. 오죽하면 불면 클리닉이 다 있겠어요. 

잠을 자지 못하니 꿈도 못 꾸잖아요. 결국 불면은 꿈까지 앗아간 거예요. 빼앗긴 꿈에도 잠은 오는가?(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패러디) 그렇다고 매번 수면제를 먹고 잘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잠이 안 올 때 잠을 자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또 하나의 강박이 되어 오히려 잠을 잘 수 없게 만드는 악순환, 그걸 지금 징글징글하게 경험하고 있는 중입니다. 


갤럭시 버즈2 프로를 구입했는데, 음, 뭐랄까, 음질도 디자인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리고 갤럭시 모바일폰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버즈2 프로가 연동도 잘 되고 쓸모도 많긴 한데, 역시 애플의 아이팟 프로와는 비교할 수 없네요. 아직까지 아이팟은 넘사벽인 모양입니다. 일단 착용이 편하고 뭔가 안정적인 느낌이 들거든요. 버즈2 프로는 귀에 착용하는 단계부터 아이팟보다 손이 많이 가거든요.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차라리 돈을 더 보태 아이팟 프로2를 구입할 걸 그랬나 봐요. 하긴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이 나긴 하지만..... 그나마 음질이 생각보다 좋아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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