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뭐지, 갑작스러운 이 낯선 느낌은? (06-22-목, 흐림) 본문

비번이었지만 아침 일찍 출근해서 계약 관련 서류들을 정리했다. 제 일도 아닌데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나의 요청 자료를 정리해 보내준 학생문화예술회관 운영팀장이나 정책기획조정팀 주무관의 배려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마음의 빚을 졌다. 한편,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공직 사회에는 불필요한, 그야말로 요식적인 절차나 서류가 너무 많다. 시간 낭비, 종이 낭비, 역량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그런 요식적 절차들이 공직자의 복지부동이나 보신주의를 양산하는 게 아닐는지. 오전에 모든 일을 처리하고 점심에 집에 왔다. 문을 닫고 나갔다 왔더니 집안이 사우나 같았다. 낯설었다. 빈집의 적요가 나를 야금야금 먹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득 그런 날이 있다. 극도의 쓸쓸함이 대책 없이 밀려와 허방다리 위를 걷고 있는 것처럼 몸도 맘도 갈피 잡기 힘든 날, 다시 말해 딱히 마음을 격동시킨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나를 둘러싼 사물들이 낯설거나 서운하게 느껴지고 사위의 색깔도 흐려지는 듯한 느낌, 괜스레 눈물도 나고 잊고 있던 사람이 문득 생각나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도대체 어떤 자극이 나도 모르게 내 마음의 현(絃)을 스치고 간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엄마 생각, 그녀 생각이 많이 났다. 생각해 보면 이런 종류의 느낌은 꼭 뭔가 복잡한 일을 처리하고 난 후 찾아오곤 했다. 안도감으로 시작했으나 왜 매번 쓸쓸한 느낌으로 마무리되는지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날이 부쩍 더워졌다. 에어컨을 켜고 자는 날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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