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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하지 (06-21-수, 흐리고 비) 본문

일상

하지 (06-21-수, 흐리고 비)

달빛사랑 2023. 6. 21. 20:16

 

여행의 유혹

❙ 황동규

 

난세에는 떠도는 것이 상책이다

너는 말한다

굴원을 보라 두보를 보라 랭보를 보라

문질러진 고향을 지니고 떠도는 자들

그들의 눈의 물에

무수히 비치는 지평선

빵처럼 부풀어 오르는 지평선도 있었어

해들이 지지 않고 서쪽 하늘에 계속 머물러 있는

저녁도 있었어

너는 말한다

 

나는 꿈꾼다

부풀어 빵처럼 부풀어 터지는 지평선을

지평선 터진 사이로 원무를 추는

원무를 추며 지평선을 꿰매는

서로 손잡은 무희들을

 

❚‘난세에는 떠도는 것이 상책’이란 말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비 내리는 하지(夏至)의 아침에 문득 든 생각, '도대체 언제 여행을 다녀왔는지 아득하군.' 나를 품었던 섬과 바다와 담배 냄새 찌든 역 근처 여인숙들의 촌스러운 벽지와 완행열차의 느긋한 분주함과 길에서 만난 이들이 베푼 따스한 온정은 여전히 기억 속에 생생한데, 지금 나는 그것들로부터 얼마나 멀리 떠나온 건가.


종일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그마저도 내리다 말다 청승을 떨고,

나는 재계약 관련 서류를 정리하느라 정신 없이 바빴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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