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흐린 수요일, 송별회 (06-07-수, 맑음) 본문

후배의 시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평소 누구보다 시에 진심이었고 삶에 치열했던 후배의 수상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기쁜 마음 한 편에는 '넌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라는 자책의 마음 또한 들어찬다. 나쁘지 않다. 건강한 자극이다.
종일 날이 흐렸다. 가끔 비서실장과 함께 옥상에 올라가서 바람 쐬고 내려왔다. 그는 홀가분한 듯 서운한 듯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곤 했다. 나와 함께 옥상에 올라오는 일도 이번 주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점심은 도시락을 주문해서 교육감과 비서실 식구들과 청(廳) 내에서 먹었다. 교육감은 감기 몸살 때문에 컨디션이 무척 안 좋아 보였다. 가끔 '사람들은 도대체 저리 힘든 일을 왜 하려고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사명감 때문일까. 그것만은 아닌 듯한데..... 힘든 것을 잊게 하는 뭔가가 있으니 '욕망의 전차들'은 오늘도 달리는 것이겠지.
6시 30분, 길병원 근처 갈빗집 '궁'에서 비서실 식구들과 저녁 식사했다. 그동안 함께 일하면서 정이 많이 쌓여, 비서실장이 "건배!"를 외친 후 마지막 인사를 할 때는 울컥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들과 헤어진 후 나는 비서실장의 차를 타고 갈매기에 들렀다. 그곳에서 종우 형에게 안타까운 소식도 들었다. 강병수 선배가 간암 4기 판정을 받고 서울 큰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고 한다. 사실 평소에 워낙 술을 좋아해서 그의 건강이 걱정되긴 했다. 몇 해 전 위암을 앓았던 이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볼 때마다 취해있었으니까. 아무튼 간암이라서 다소 걱정되긴 하지만, 그래도 요즘에는 약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기적은 있는 법이니, 빨리 쾌차하여 훌훌 털고 일어나 그 선한 웃음을 다시 보여주길 기도한다. 잔인한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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