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꽃 피는 봄날, 송월동에 닿다 (04-02-일, 맑음) 본문

일상

꽃 피는 봄날, 송월동에 닿다 (04-02-일, 맑음)

달빛사랑 2023. 4. 2. 20:19

심규민 교장선생님께서 찍은 사진

 

일찍 일어나긴 했으나 미적대다가 결국 운동하러 못 갔다. 운동은 미적대면 안 된다. 일어나자마자 가방 챙겨서 무조건 현관을 나서야 한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 이미 끝난 거다. 이처럼 ‘갈까’와 ‘말까’의 승부에서 때때로 ‘말까’가 이긴다. 수십 년 운동을 해오면서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종종 꾀를 부린다. 대신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에 있는 사이클로 운동을 대신했다. 점심에는 어제 장 봐온 순대와 냉면을 먹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유튜브 홈트레이닝 영상을 보며 스트레칭 동작을 따라 했다. 돈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운동법들이 유튜브에는 차고 넘친다. 한 20분 따라 했는데도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리고 전화벨 소리에 깰 때까지 1시간가량 잤다. 전화를 받으니 후배 은중이었다.❚어떤 계기로 모이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장은 대뜸 (나도 알고 있는 분들 포함하여) 여남은 명이 송월동 지인의 집 옥상에서 ‘잔치’를 벌이는 중인데, 그중에 한 분이 나를 꼭 보고 싶어 한다며 당장 동화마을로 오라는 것이었다. 잠이 덜 깬 상태이기도 했고 송월동은 너무 멀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그분은 (페북에서 만나 교류해 오는 분인데) 오래전부터 한번 보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루트로 보내왔다. 이번에도 거절하면 예의가 아닐 듯하여 대충 세수하고 집을 나섰다.❚전철은 상춘객들로 무척이나 붐볐다. 4월의 첫 일요일, 날도 따듯하고 꽃들은 일제히 벙글기 시작했으니 꽃놀이 나온 사람들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동인천역에서 내려 자유공원 방향으로 걸어가는데 올라가는 차, 내려가는 차들이 엉켜 말이 아니었다. 공원에는 활짝 핀 벚꽃 아래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들의 사진에 잡히지 않으려고 가다가 서고 다시 가기를 반복해야 했다. 모교의 운동장은 웬일로 한적해 보였다. 송월 감리교회 앞에서 전화하니 은준이와 얼마 전 만났던 목포의 김은희 시인이 저쪽에서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 ‘저 양반은 목포에서 언제 올라 온 거야?’ 궁금했지만, 나도 환하게 웃으며 그들 쪽으로 내려갔다.❚그들을 따라가 도착한 곳은 시 낭송가 최은주 선생 댁 옥상이었다. 온라인에서만 인사를 나누던 심 모 교장과 이 아무개, 문학 평론하는 김 모 선배, 배다리에 사는 조 모 시인, 친구 임기성 사진작가, 그의 공인중계사 친구, 후배 시인 명수 등이 술과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상 위에는 맥주, 소주, 막걸리, 와인 등 여러 종류의 술들이 올라와 있었고 주인인 최 선생님과 배다리 지킴이 조 시인은 고기를 굽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동화마을 은수네 집이 정면으로 보였다. 초면인 분들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심 교장선생님은 "저는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는 말을 믿습니다"라며 "어떤 술을 드릴까요?" 했다.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했더니 바로 앞에 있는 소줏병을 들어 잔을 채워주었다. 생각했던 이미지 그대로였다. 꽃피는 봄날, 좋은 사람들과 옥상 정원에 둘러 앉아 술잔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렇게 시작한 술자리는 달이 뜨고 밤이 깊어질 때까지 계속됐다.❚송월동 옥상 회동을 로맨틱하게 마친 후, 몇몇을 제외한 일행들은 배다리 조 모 시인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창영당'으로 몰려갔다. 그곳에서 노래하고 수다 떨며 놀다가 버스 시간 맞춰서 먼저 나왔다. 김수영 시인은 그의 시 '봄밤'에서 서두르지 말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뭔가 자꾸 서두르게 만드는 봄밤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