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자고 먹고 읽고 보고 (02-19-일, 비 내리고 이내 갬) 본문
■요즘엔 자주 졸려요. 금연과정에서 나타나는 금단 증상의 하나일 수도 있다고 하던데 만약 그런 거라면 오히려 다행입니다. 일시적일 테니까요. 모든 생명이 약동하는 부지런한 봄 앞에서 왜 이렇게 자꾸만 늘어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주말이라 그런 걸까요? 자도 자도 졸리고 먹고 또 먹어도 허기지네요. 최근 많이 먹긴 합니다. 운동은 그보다 적게 하고요. 살찌기 딱 좋은 형국입니다. ■피트니스센터를 다시 골라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네요. 지금 하는 곳은 계약 기간도 얼추 됐고 무엇보다 지하다 보니 뭔가 공기가 개운한 것 같질 않아요. 시설은 좋은데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도 않고요. 또 하나, 밥맛 없는 인간이 나와 비슷한 시간에 운동하러 온다는 것도 옮기고 싶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60대 꼰대 아저씨인데, 뭐 나보고 시비를 걸거나 뭐라 하진 않는데, 그냥 싫어요. 더럽고 예의 없어요. 이를테면 침을 아무 데나 뱉는다든지 샤워실에서 소변을 본다든지 그런 거지요. 아무튼 센터를 옮기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다시 시작해 봄날의 피곤함을 극복해야겠습니다. ■기어코 냉면을 만들어 먹었어요. 냉면 먹은 지가 오래됐거든요. 엄밀히 말하며 냉국수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육수만 냉면 육수지 면은 국수 소면이거든요. 저는 오이를 좋아해서 냉면을 만들 때 오이 한 개나 두 개를 모두 채 썰어 육수에 넣어 먹습니다. 나만의 조리법을 말해 보자면, 일단 먼저 썰어 놓은 오이채에 신김치 적당량을 송송 썰어 넣고, 까나리액젓 한 숟가락과 참기름 두어 방울을 넣은 뒤 조물조물해 둡니다. 이것을 면과 육수에 섞어 먹는 거지요. 참깨가 있다면 솔솔 뿌려주면 금상첨화! 이렇게 먹으면 오이가 많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각사각 씹히는 오이의 식감이 냉국수맛을 더욱 맛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기호에 따라 삶은 계란을 넣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냉면을, 아니 냉국수를 만들어 먹어온 지 제법 오래되었습니다.■김훈의 장편소설 《달 너머를 달리는 말들》을 읽고 있습니다. 힘 있는 문체와 독특한 표현은 여전했습니다. 이제는 김훈 작가의 어투를 흉내 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주 쓰는 단어도 눈에 들어옵니다. 시적이면서도 소설 속 상황에 적확한 표현은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그의 글을 만났을 때의 '신선한 충격'은 많이 무뎌진 게 사실입니다. 약간 진부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동일한 표현과 상상을 재활용하거나 '돌려 막기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여전히 매력 있는 문체와 기발한 상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 낯익은 그의 문체가 만들어내는 광채는 더는 까다로운 독자들에게 빛을 발할 수 없게 되었다는 생각입니다. 스토리 자체는 재미있습니다. 다만 그가 만들어 내는 허구의 역사가 지나치게 신비주의 쪽으로 경도될 때,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계관의 문제와 작품의 몰역사성에 관해서는 따로 대답할 말을 준비해 둬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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