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뜻밖의 낮술! (02-21-화, 맑음) 본문
오늘도 쌀쌀했다. 2월 하순 날씨치곤 잔뜩 성난 날씨였다. 올겨울이 이렇게 유난을 떠는 데는 저(겨울)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이를테면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망가뜨려 각각의 계절이 올 때와 갈 때의 분별을 잃었다는, 뭐 그런..... 하지만 이런 종류의 투정은 진부하다. 겨울의 몽니가 계속된다면 사람들은 또 거기에 맞춰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낼 테니까. 인간이란 원래 파멸을 향한 질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한 존재들 아닌가. 그런 인간을 철들게 하려면 엄청난 충격이 필요한데, 그렇게 철들었을 때는 이미 지구는 회상 불가능한 상태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이 던지는 가벼운 상징과 비유, 그 안에 담긴 경고조차 읽어내지 못할 만큼 일사불란하게 늙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11시, 인천민주화운동센터에서 자문회의가 있었다. 회의는 한 시간가량 진행됐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현실 상황과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문제제기와 아이디어들이 이어졌다. 그런 ‘건설적인 회의’를 마치고 자문위원들과 센터 관계자가 함께 점심을 먹었다. 식사자리에서 뜬금없이 이모 선배가 소주를 시켰고 나와 인하대 류모 교수가 소주잔을 건네받았다. 그 소수가 마중 소주가 되어 결국 식사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 가서 한잔 더 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졌고 낮술이 되었다. 말간 콧물이 나오기 시작한 이모 선배의 장광설을 들어주다가 2시쯤, 한 잔만 더 하자는 이 선배를 데리고 식당을 나왔다. 석천사거리역에서 내리는 선배와 함께 전철을 타고 청사로 돌아왔다.
정시에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온몸이 나른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잠깐 자고 일어났다. 창문에 이슬이 맺히는 걸 보니 밖이 무척 추운 모양이다. 기분 때문일까 바람소리도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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