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희한한 결심 중독자 (8-04-Thu, Fine) 본문

일상

희한한 결심 중독자 (8-04-Thu, Fine)

달빛사랑 2022. 8. 4. 00:29

 

나처럼 결심을 잘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결심을 하지요. 결심의 내용도 가지가지입니다. 금주, 금연에서부터 사람과의 관계, 건강, 독서, 소일 법, 유혹에의 대처, 절약, 온정주의에서 벗어나기 등등 나의 일상은 결심에서 시작해 결심으로 끝납니다. 결심은 성공으로 끝나냐고요? 성공했다면 왜 같은 결심을 매일 하겠습니까.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거나 실천하긴 했지만 삼일 만에 쫑났거나 심지어 실천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일이 잦으니 실천 중독자가 된 거 아니겠습니까. 독서 계획은 매번 얼마나 폼나게 세우는지 모르실 겁니다. 사놓은 책이 머리맡에 산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권, 한 달에 삼십 권이 제 결심이고 목표인데, 일 년에 두어 번 필이 충만한 경우를 제외하면 그와 같은 속도와 열정을 유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요. 술과 담배는 어떻고요. 그나마 최근까지 결심한 대로 실천하고 있는 건 운동뿐입니다. 운동은 오랫동안 해온 관성도 있고, 땀 흘리고 난 후의 충만감과 상쾌함이 매우 중독적이어서 매일 잊지 않고 하는 편입니다. 그밖에는 다 작심하고 길어야 3일 실천합니다. 결심만 하고 아예 시도조차 안 한 거, 못한 거 투성입니다. 단골 주점 '갈매기'를 나올 때마다 '아, 이제 한 달에 두어 번만 술 마셔야지' 하고 매번 결심하지만, 이튿날 저녁이면 또 갈매기, 내 지정석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는 겁니다. 지출도 심각하고 건강에도 안 좋아 비교적 자주 하게 되는 결심인 동시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결심 1등이 아마도 음주와 흡연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심각한 점은 집에서 여가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영화나 유튜브를 끊고 책을 읽거나 글을 써야겠다고 매번 결심하지만, 또 매번 멍하니 앉아서 영화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요. 스스로 모멸스러워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고 있는 습관입니다. 결심만 하고 지키지 못하는 건 그 밖에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나는 결심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습관적으로 결심만 하는 결심 중독자 말입니다. 그래도 결심하면, 하루나 이틀, 길면 3일까지 지켜보려는 시늉을 하게 된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결심 중독자로 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오늘 아침에도 몇 가지 결심을 했지만,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내일 하루의 계획 속에 다시 포함되겠지요. 생각해 보면 결심하고 실천해서 구체적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도 여러 가지인데, 굳이 지키지 못한 것만 언급하며 비감해하는 건 지나친 비관주의적 태도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요. 잘 된 거보다는 안 된 거에 더 맘이 많이 가는 거..... 인지상정이겠지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