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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중복(中伏)ㅣ7-26-Tue, 맑음 본문

일상

중복(中伏)ㅣ7-26-Tue, 맑음

달빛사랑 2022. 7. 26. 00:42

 

중복을 맞아 비서실 식구들과 보좌관들이 함께 삼계탕을 먹었다. 얼마 전 자리를 옮긴 주 모 비서관이 '효 실천 만찬자리'라고 칭하며 자리를 마련했다. 그녀가 보좌관으로 일할 때, 같은 방을 쓰던 박 비서실장(당시에는 보좌관)을 '아버님'이라 몇 차례 부른 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교육청 내 공공연한 부녀사이가 되었다. 직접 물어본 적 없어 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두 사람의 나이 차는 부녀지간 만큼 크진 않다. 대략 10년에서 12년. 결국 박 실장을 '아버님!' 하고 부른 건 나이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못 말리는 친화력의 결과였다. 그래서 박 실장과 동갑인 나와, 우리보다 세 살 많은 보운 형은 본의 아니게 '(그녀의) 교육청 아버지'의 친구들이 되었다. 식당으로 가면서 박 실장에게 "따님 덕분에 맛있는 식사도 대접받고, 고맙습니다"라고 했더니 박 실장은 "그러게요." 하며 큰소리로 웃었다. 중복인 탓에 예약이 안 되어 주 비서관은 20여 분 일찍 식당에 직접 가서 자리를 잡고 우리를 기다렸다. 우리가 도착하자 "조금만 늦었어도 자리를 못 잡을 뻔했어요"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녀의 말이 과장이 아닌 게, 식당은 이미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늘 가던 삼계탕집이었지만, 오늘은 다소 낯설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커피 볶는 집')에 들러 차를 마셨다. 이곳은 단돈 5천 원에 커피를 비롯해 대추차, 한방차, 홍초 등이 코스별로 나왔다. 커피 맛도 좋고, 가성비가 좋아 자주 가는 찻집이다. 이런 가성비를 생각하면 찻집에 손님이 차고 넘쳐야 하는데, 알려지질 않아서 그런가 생각보다 손님이 많지 않다. 주 비서관은 일부러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은 종일 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오후 3시 전후해서 영업을 마친다. 찻집 말고도 다른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간판도 칙칙하고 위치도 건물 2층 후미진 곳에 위치해 뜨내기 손님들이 들어올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덕분에 우리는 매번 호젓하게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다 돌아온다. 커피값도 주 비서관이 계산을 했다. 오늘 하루 그녀는 교육청 아버지와 친구들에게 풀코스로 음식과 차를 대접한 것이다. 

 

오 마이 갓! 집에 돌아왔더니 누나도 닭백숙을 한 솥 끓여놓고 갔다. 결국 저녁에도 닭백숙을 먹었다. 누나가 끓여놓은 닭백숙의 닭은 점심에 먹은 삼계탕 속 닭보다 크고 실했다. 하루에 두 끼를 닭요리로 배를 채웠지만, 물리지는 않았다. 누나 덕분에 때마다 절기 음식을 먹고 복날에는 달임 음식을 먹는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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