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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모 재단 직원채용 면접 심사 본문

일상

모 재단 직원채용 면접 심사

달빛사랑 2022. 7. 25. 00:28

 

면접은 늘 곤혹스럽다. 당하는 면접이나 하는 면접이나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당하는' 면접은 결과가 좋지 않아도 '내가 부족했기 때문일 거야'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하는' 면접은 나로 인해 누군가가 불합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더욱 불편하다. 게다가 응시자들 대부분이 내 아들과 비슷한 또래들이라서 더욱 마음이 짠하다. 극도로 긴장해서 말을 버벅거리는 지원자를 볼 때는 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고, 당장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선천적으로 수줍음이 많거나 눌변인 지원자는 그가 가진 능력이나 인성과는 무관하게 선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이런 종류'의 면접이 갖는 한계다. 연구자를 뽑는 면접이 아니라 직원의 소통 능력이나 대외활동력을 중시하는 면접이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달변과 넉살도 (자신감으로 환원된) 능력이고 운일 수 있다고 말하면 딱히 반박할 말은 없지만...... 배짱 지원한 몇 명을 제외하면 지원자들 모두 재원들이었다. 그들 중 누가 직원이 되더라도 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이 정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경쟁하고 패배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싸움에 나서야 하는 운명이다. 그 가혹한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만 경쟁과 숱한 패배가 반복되는 이 사회에서 비로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나는 재단의 기본적인 역할이나 포부 등을 묻는 공통 질문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관한 기본 소양을 묻는 압박 질문을 해야 했다. 문화예술지원 조직에 응시했다면 당연히 고민했어야 하는 질문이었지만, 생각보다 대답의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다. 나는 지원자들에게 각각 다른 질문을 던졌는데 공통 질문을 던졌을 때보다 순발력이나 개인의 소양을 파악하기에 훨씬 용이했다. 다만 자기 포부를 밝힐 때 희한하게도 지원자들에게서 공통적인 맥락의 발언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어떤 경우는 문제의식은 물론 문장까지 동일했다) 쉬는 시간에 재단 직원에게 그 사실을 언급했더니, "아, 그거요. 아마 면접 학원에서 작성해준 대본을 외워서 연습했기 때문일 거예요."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대학 입시도 아니고, 취업을 위한 면접을 가르치는 사설 학원이 있다니, 젊은이들의 갈급함이 얼마나 컸으면 비싼 돈을 주고 사설 학원에서 면접 기술을 배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최근에 감동 깊게 읽은 시집이나 소설집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한 지원자가 많지 않았다는 것도, 문학하는 사람으로서 다소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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