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나는 가끔 기억을 의도적으로 왜곡한다 본문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 오늘처럼 비 내리는 저녁과 만수역 3번 출구를 나올 때쯤의 내 발걸음, 불편한 마스크, 쓸쓸한 마음을 또 다른 나는 기억할까. 나는 나를 보며 반가워할까 몰라. "안녕" 인사하며 악수를 나누려나. 온통 젖은 저녁을 지나던 나를 "따스한 너의 손을 잡아본 지 오래야" 하면서 너는 기억할 수 있을까. 변한 모습에 낯설어하진 않을까. 나는 가끔 내 기억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그때의 내가 싫었고, 오늘의 내가 싫을 때가 많아 나이면서 내가 아닌 내가 매번 나를 대신해주길 바랄 때가 많았다. 사랑해, 라는 말조차 하지 못한 순간이 많았다. '늘 이런 식의 고백은 진부해'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포기한 말, 용기 없어 하지 못한 말, 또 다른 나는 당당히 해주길 바랐다. 혹시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그건 누구의 사랑일까. 나일까, 내가 아닌 나일까.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으로 그때 그 자리에 또 다른 내가 대신 나가주길 바라는 나를 보면서 내가 웃는다. 자주 비겁했다.
쌀 20kg과 건전지 잔류전력측정기를 구입했다. 오후에는 영화 '마녀2'와 '프린세스', 그리고 '오비완 케노비6부작'을 시청했다. 모두 오락영화였고, 본래의 기능을 준수하게 수행했지만, '마녀2'는 정말 형편 없는 영화였다. 박은빈 배우의 재능이 이렇게 낭비되다니.... 도무지 개연성이라고는 1%도 없는 영화에 박은빈이라니, 얼마나 아까운 재능 낭비란 말인가. 영화를 좋아하지만 매번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것은 정말 영화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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