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겨울의 맛 (12-11-토, 맑음) 본문
아침에는 보일러에서 물이 새는 것을 손보기 위해 기사가 다녀갔다.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어서 기사는 30여 분 만에 문제를 해결하고 돌아갔다. 보일러 본체와 난방 배관의 연결 부위가 느슨해졌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3년 전쯤 한겨울에 보일러가 얼어 난방도 안 되고 뜨거운 물도 사용할 수 없어 고생했던 적이 있었다.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주택은 보일러실이 외부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아 종종 보일러 동결 문제를 겪고는 한다. 나는 3년 전부터 보일러를 온도 맞춤으로 설정해 놓아, 일정한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보일러가 가동되어 동결 문제를 방지해 왔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이상 열이 발생해 배관이 얼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추운 날은 보일러가 끊임없이 가동돼 가스비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기는 한다. 그래도 노인을 모시고 사는 집은 일단 따뜻해야 해서 가스비를 아끼지는 않았다. 덕분에 엄마는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겨울을 나곤 했다. 겨울 두어 달의 가스비와 여름 두어 달의 전기요금은 아낄 생각이 없다. 가장 더울 때 덥게 살고 가장 추울 때 춥게 살려고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잖은가.
저녁에는 잠깐 갈매기에 들렀다. 후배 정균이가 선착해서 술 마시고 있었다. 막걸리 두어 병을 마시고 돌아오려고 할 때 배다리에서 공연을 보고 건너온 혁재가 합석했다. 결국 다시 앉아 송명섭 막걸리 한 병을 더 마셨다. 취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아 더 마실 수는 있었지만, 그냥 일찍 일어나서 술집을 나왔다. 혁재가 따라나와 배웅을 해주었다. 택시를 탈까 하다가 춥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아서 음악을 들으며 전철을 타고 왔다. 집에 들어섰을 때 기분 좋은 온기가 나를 맞아주었다. 현관을 들어설 때 만나는 이 고마운 온기는 겨울의 맛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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