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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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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흐린 월요일

달빛사랑 2021. 9. 27. 00:30

 

안개가 짙은들

| 나태주

 

안개가 짙은들 산까지 지울 수야.

어둠이 짙은들 오는 아침까지 막을 수야.

안개와 어둠 속을 꿰뚫는 물소리, 새소리,

비바람 설친들 피는 꽃까지 막을 수야.


우리를 힘들게 하는 안팎의 질곡들은 여전합니다. 성가신 코로나는 점령군처럼 거만하게 우리의 삶터 위를 휘젓고 다니고, 민생의 힘겨움은 눈물겹습니다. 하지만 안개는 산을 지울 수 없고 어둠은 아침을 막을 수 없으며 비바람 속에서도 꽃은 핍니다. 그러니 기억합시다.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하는 힘은 우리가 품은 희망이라는 것을, 희망은 우리의 믿음직한 무기라는 것을.


오후가 되면서 갑자기 날이 흐려지기 시작했어요. 어제는 그리 맑더니, 오늘은 찌푸린 하늘이네요. 하지만 흐린 날도 나는 좋아요. 비가 와도 나는 좋아요. 비는 비대로 나는 좋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청사를 나설 때 비가 내렸습니다. 그냥 가기 뭐해서 갈매기에 들렀습니다. 친절한 박 보좌관이 갈매기 문 앞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사실 그냥 집으로 갈까, 갈매기에 들를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이성보다 관성 혹은 감성이 힘이 세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 발은 김유신의 말(馬)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썰렁한 술집에서 홀로 앉아 술 마셨습니다. 송명섭 막걸리를 두 병을 종우 형과 둘이서 나눠 마셨습니다. 앞으로 계속해서 송명섭 막걸리를 마실 것 같습니다. 적당한 취기로 돌아오는 길까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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