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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전집발간 편집회의 5차 본문

일상

전집발간 편집회의 5차

달빛사랑 2021. 7. 26. 00:39

 

 

찜통더위는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청사는 비교적 냉방을 적정하게 해주는 편이라서 근무 중에는 더위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다만 거리를 걸을 때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흡연자들이 모이는 청사 옥상은 그야말로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열기가 뜨거웠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옥상에 올라오는 사람들도 현저히 줄었다. 무엇보다 옥상에는 그늘이 없다. 오전에는 잠깐 중국제 파라솔이 손바닥 크기의 그늘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오후가 되면 그나마도 사라져, 직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까지 해서 담배를 피워야만 하나’ 하는 자괴감에 빠진 표정들이었다. 나와 동료 보좌관들은 “어제보다는 조금 덜 더운 거 같지 않아요?”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세뇌를 걸곤 했다. 예보에 의하면 오히려 기온이 1~2도 더 올라갔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라도 해서 폭염의 기세로부터 벗어나길 바랐다. 

 

교정한 책을 편집위원회에 제출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디자이너들은 나를 볼 때마다 “될 수 있으면 중복되는 내용이나 불필요한 내용들은 과감하게 삭제해 주세요. 양이 너무 많아질 거 같아요.”라고 울상을 지었지만, 내가 쓴 책도 아니고, 이미 발행되었던 책에서 내용을 선별하여 삭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이 나올 당시에도 필자는 물론 교정위원들이 교정과 확인 과정을 거쳤을 테니 말이다. 지난주에 교정을 봤던 『인천인물 100人』의 경우, 깨알 같은 크기로 박스에 담긴 보충설명들이 많아서 고생을 했는데, 마음 같아선 그것들을 대거 삭제하고 싶기는 했다. 이번 주는 방학이다. 앞으로 두어 권 더 봐야 하는데, 앞선 작업이 덜 끝나 오늘 나에게 넘어올 책이 없었다. 모처럼 한가하게, 그야말로 휴가다 생각하고 쉬려고 했는데, 낼 모레가 기호일보 금요논단 칼럼 마감일이다. 쓰는 건 문제가 아닌데, 도대체 무엇을 써야 할지가 떠오르질 않는다. 문화현장도 그렇고 신문 칼럼도 그렇고 소재가 막막하다. 어떻게 되겠지. 이번에만 막막함을 느꼈던 건 아니니까. 

 

거실 에어컨을 바꿨다. 넓은 집에 살 때부터 최근까지 함께 했으니 어언 17년은 나와 동거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에어컨도 나와 함께 나이를 먹으며 영락의 과정을 겪었다. 넓은 집에 살 때는 내 서재의 여름을 지켰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했을 때에는 거실에서 나와 함께 했다. 요즘 애들처럼 매끈하진 않지만 풀어놓는 바람만은 믿을 만했다. 엄마와 내가 나눈 대화들은 물론 엄마의 기도와 웃음소리, 갑자기 찾아든 외로움에 혼자 숨죽여 울던 모습까지 에어컨은 모두 지켜봤을 것이다. 그래서 이 아이(에어컨)를 떠나보내는 것은 내 삶의 한 고비 또한 정리되는 시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숨쉬기조차 어려웠던 내가 엄마의 기도로 인해 비교적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지금, 웃으며 보내줄 수 있게 되어 너무 다행이다. 새로 산 에어컨은 삼성제품이다. 내 방에 있는 에어컨도 삼성 제품인데, 이제껏 한 번도 속 썩인 적이 없다. 새로 온 아이도 착하고 성실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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