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본문

가끔 슬픔 없이 십오 초 정도가 지난다
가능한 모든 변명들을 대면서
길들이 사방에서 휘고 있다
그림자 거뭇한 길가에 쌓이는 침묵
거기서 초 단위로 조용히 늙고 싶다
늙어가는 모든 존재는 비가 샌다
비가 새는 모든 늙은 존재들이
새 지붕을 얹듯 사랑을 꿈꾼다
누구나 잘 안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중에서
■■
늙어가는 존재인 내 생의 어느 한 편에서도
비가 새고 바람이 들어차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꿈꾸진 않는다.
사랑 따위를 생각하곤 하던 마음의 지붕에
나로서는 어쩌지 못할, 속절없는 구멍이 뚫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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