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동윤 본문
동윤은 내 친동생의 친구다. 동생과 같은 국문학과를 다니며 함께 학생운동을 했고 집시법 위반으로 관식(官食)을 먹기도 했다. 작은 체구지만 목소리는 우렁우렁 울림이 있다. 매사에 부지런하고 뭔가를 도모하고 조직하길 잘한다. 운동의 퇴조기에 학원 강사를 시작했고 학원도 운영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자가 사업을 해서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사교육 시장의 인프라와 시스템이 바뀌어 재수생 학원을 제외하고 기업규모 학원들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강좌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이동시켰으나 동윤은 여전히 오프라인 강좌를 고집해왔다. 열악한 자본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상황은 점점 나빠졌지만, 성실함으로 그것을 극복해 왔다. 그러나 점차 수강생은 줄어들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세상에 창궐하자 결국 빚만 떠안은 채 학원을 처분했다. 그리고 인문학 협동조합을 만들어 시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관과의 공조가 필요해진 건 그때부터다. 공공의 성격이 강한 강좌를 진행하니 관의 지원이 필요해진 건 당연한 일이다. 문화재단, 시청, 교육청, 마을 교육 지원단 등과 전 방위적으로 접촉하여 지원을 신청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업의 지평을 점차 넓혀 갔다. 현재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긍정적 사고와 타고난 성실성으로 부정적 상황을 돌파해 가고 있다. 이런 동윤은 나의 후배이자 동지이다. 같은 비합법 조직의 성원으로서 비슷한 시기에 함께 전선을 지켜왔다. 지금은 나도 동윤도 사회주의 운동 조직에 속해있진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동지이자 동료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나는 그에게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해 줄 수는 없지만, 내가 하는 일과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접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돈을 좇지 않고 이타적 삶을 살고자 하는 그의 지향이 공공기관에서 교육정책을 고민하는 나의 현재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그는 생계를 위해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동윤의 아내는 희귀한 질환을 수년째 앓고 있는데, 그것 또한 동윤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는 늘 밝게 웃는다. 세상은 그 웃음만큼 밝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호방한 그의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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