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다시 또 아들에게 용돈을 받았다 본문
아들에게 용돈을 받는 건 특별히 즐거운 일이다. 때 되면 아비에게 용돈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아들이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취업하지 못하고 여전히 캥거루족으로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어쨌든 우리 아이는 제 밥벌이는 스스로 하고 있으니 아비로서는 여간 대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액수와는 상관없이 아비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돈을 부치고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주니, 해준 것 없는 아비로서는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일인 것이다.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느라 어버이날 당일에 부치지 못했다며 죄송하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무슨 소리냐. 아빠는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라고 말해주었다. 수사가 아니라 사실이었다.
할머니의 부재는 아들의 마음속에도 크고 넓은 구멍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유난히 할머니와 살가웠던 손자였으니 당연한 일이다. 오늘도 전화를 걸어 “할머니께도 매번 용돈을 보내드리다가 올해는 아빠에게만 보내게 되니 기분이 참 그래요.”라며 쓸쓸하게 말했다. 나는 쓸쓸하게 말하던 아들이 목소리가 무척 고마웠다. 나는 돈을 잘 버는 아들도 좋지만, 가슴이 뜨겁고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아들이 훨씬 기껍다. 가족과 주변의 사랑을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기억하며 그것을 표현할 줄 아는 것, 표현하며 그로 인해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넉넉해진 그 마음을 기뻐하는 것, 그것이 내가 아들에게 바라는 바다.
50만 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아무리 어버이날이라 해도 아비에 대한 의무감만으로 쉽게 보낼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도 미래를 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돈 쓸 일이 많은가. 그런데도 아비에게 거금을 (부자들에게는 껌값이겠지만) 선뜻 보내준 마음을 어떻게 예사롭게 생각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고맙고 대견하다. 요 몇 년 사이 마음이 부쩍 커졌음을 느낀다. 내가 외려 아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게 노력해야겠다 “아들아, 아비도 이렇듯 치열하게 살고 있단다.”라고 말해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도록 살아야겠다. 아무튼 기쁘고 좋은 날이다. 내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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