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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입춘ㅣ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본문

일상

입춘ㅣ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달빛사랑 2021. 2. 3. 00:06

 

입춘이지만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의 아침이었다. 집을 나설 때는 무척 추웠으나 오후가 되면서 다소 풀렸다. 2시쯤 잔치마당 대표와 다인아트 대표가 사업 제안서를 들고 교육청을 찾았다. 지난주 비서실에 말을 해서 잡아 놓은 일정이다. 교육청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가들을 지원하려는 계획이 있다. 오늘 자리는 한 달 전 교육감님 면담 때 아이템은 좋으나 사업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를 소개하라고 하셔서 마련된 자리였다. 후배에게 브리핑 자료를 꼼꼼하게 마련해서 들어오라고 했는데, 오늘 가지고 온 자료를 검토해 보니 노력의 흔적이 엿보였다. 다행이었다.

 

잔치마당 서 대표의 경우는 경동산업 해고노동자 출신으로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한 친구다. 풍물도 계통(족보) 있게 배운 게 아니라 경동산업 노동자 시절 사내 풍물패를 통해서 배운 게 전부인데, 이후 피나는 노력을 통해 지금은 풍물 사회적 기업의 대표로서 자기 이름을 확실히 세웠다. 얼마 전에는 박사 과정에 입학해 만학의 길을 걷고 있는데, 그가 쓴 인천 아리랑에 관한 논문은 풍물학회에서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무튼 맨땅에 머리를 찧어가며 오늘의 성과를 이룬 데에는 느리지만 근성 있는 한결같은 그의 황소걸음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선배로서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는 현재 공연을 진행해야만 회사의 식구들을 건사할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예정된 공연이 모두 취소되거나 연기되어 요즘 무척 곤란한 지경에 있다. 그가 책임져야 할 잔치마당 식구들은 다섯 명이나 된다. 이 혹독한 문화예술의 보릿고개 시절에도 그는 자신 역시 어려운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다섯 명의 단원들을 챙기며 풍물패의 의리를 지키고 있는 게 미쁘다. 구체적 지원 규모와 결정은 교육감과 관련 보좌관들이 하겠지만, 어려운 후배들에게 지원해 줄 수 있는 기관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선배로서 뿌듯하다. 진인사대천명! 급조된 계획이 아니라 오랜 고민 끝에 꼼꼼하게 마련한 계획서라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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