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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단골과 사장의 선짓국 회동 본문

일상

단골과 사장의 선짓국 회동

달빛사랑 2021. 1. 19. 10:17

 

점심 때쯤 갈매기 종우 형의 연락을 받았다. 그간 갈매기가 코로나 때문에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진(眞) 단골인 나와 조구 형 때문에 많은 위로가 되었다며 점심을 사겠다는 것이었다. ‘뭔 일이래.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하며 피식 웃었다. 사실 전화를 받았을 때는 이미 며칠 전에 끓여놨던 닭죽 남은 것을 먹고 있었다. 배 꺼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해서 조금 늦은 시간인 1시 30분에 구월동 맛집인 ‘곰설채 설렁탕’에서 세 명이 만났다. 띄엄띄엄 앉기는 했지만, 맛집답게 코로나 상황치고는 손님들로 붐볐다. 제일 큰형인 조구 형이 선짓국을 시켰기 때문에 나와 종우 형도 따라서 선짓국을 시켰다. 양도 많고 반찬도 깔끔했다. 국물맛은 무척 얼큰하면서도 담백했다. 노인과 젊은이들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한 맛이었다. 다만 명색이 설렁탕집인데, 설렁탕을 먹어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소주 안주로는 설렁탕보다는 선짓국이 당연히 좋지만, 과연 설렁탕이 맛집에 부합하는 풍미를 지녔을까 궁금하다. 다음에 가게 되면 설렁탕을 먹어볼 생각이다. 교육청에서도 멀지 않으니 직원들과 들러 먹어봐야겠다. 반주로 셋이서 소주 두 병을 마시고 갈매기로 자리를 옮겨 막걸리 세 병을 형들과 나눠마셨다. 조구 형이 다소 피곤해하시는 것 같아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게다가 시끄러운 수범 일행이 점령군처럼 들이닥쳤다. 조구 형이 한결 더 피곤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형이 가셔야 해서 나도 핑곗김에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세수하고 TV 보다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10시였다. 오늘 밤은 다 잤다.

 

근데 말이지, 그 룸펜들은 대낮부터 그렇게 취하고 다녀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네. 나도 약주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낮부터 비틀거리며 술타령을 한 적은 없다. 보기 좋지 않았다. 문제는 걔들이 상습적이라는 것인데, 배울 만큼 배운 애들이 왜 그러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하긴 누군가 나의 상습적 음주 장면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만, 그래도 나는 시인이라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예술가라는 다소 진부하고 촌스러운 변명거리라도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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