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뮤지션과 코케인 본문
재즈 트럼펫 연주자인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관련 자료를 찾아 읽다가 자연스럽게 쳇 베이커(Chet Baker)를 비롯한 서너 명의 또 다른 뮤지션들의 삶과 음악까지 접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마일스 데이비스와 쳇 베이커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코케인 중독자들이었고,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그로 인해 피폐한 삶을 살다가 비참한 말년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재즈 뮤지션뿐만 아니라 미국의 팝 뮤지션들 상당수가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특히 헤비메탈이나 록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은 마치 마약을 필요악이나 통과의례처럼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었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만의 관중 앞에서 공연을 하는 그들로서는 자신의 음악적 기량과 감수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엑스터시 상태에 대한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마치 접신을 한 것처럼 영혼의 해방과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육체적 환각 상태를 단 한 번이라도 경험한 뮤지션이라면 술과 마리화나에 찌든 육체가 무기력해지거나 음악적 상상력이 고갈되었을 때 다시 마약을 찾게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을 것이다.
마약의 힘을 빌려 요즘 아이들 말로, ‘무대와 객석을 찢어놓다가’ 결국 마약 때문에 영혼과 육체 모두 피폐해져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그들에 대해 동류(同類)들은 ‘불꽃처럼 살다가 후회 없이 삶을 마감한 자유로운 영혼’들이라며 엄지 척을 해줄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의 음악이 무르익을 때쯤 돼서 정작 음악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쓸쓸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삶이 나에게는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처럼 마약의 황홀경에 자신의 전 삶을 저당 잡힌 불행한 뮤지션들, 안쓰럽기 그지없다. 그나마 그들의 천재성이 오롯이 발현된 적잖은 음악들이 남아 있으니 그것으로 짧은 삶에 대한 위로를 삼으려나.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영원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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