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문 씨네 설일 풍정 본문
엄마는 워낙 눈물이 많으시긴 하다. 기도하다 우시고, 드라마보다 우시고 심지어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다 우시는 분이다. 오늘 엄마는 나와 동생 내외의 절을 받으신 후 덕담을 건네시다 “내년에도 내가 늬들과 이렇게 있을지 모르겠구나”하시며 눈물을 보이였다. 나와 동생은 “좋은 날 왜 우세요. 엄마는 백세(百歲)까지는 끄떡없을 거예요.”라며 달래드렸지만 나 역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제 아침 일찍 목욕을 하시며 발뒤꿈치 굳은살을 닦느라 허리를 오랫동안 구부리고 계셔서 근육이 놀랐던지 통증을 호소하셨다. 노인들은 아플 때 맘도 비감해지는 법이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사실 요즘처럼 사건 사고 많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출몰에, 공기조차 탁한 세상에서 내년을 기약하기 만만찮은 건 젊은이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헬조선과 아수라 세상에서 안전지대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아흔이 넘은 노인이 한 살 더 나이를 먹는 일은 젊은 사람들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심회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힘내요. 엄마.
시집간 딸이 친정집에 왔다가 바리바리 음식을 싸들고 돌아가듯이 나도 제수(弟嫂) 씨가 싸준 김치며 만두며 명절음식이며 젓갈 등 양손 가득 음식물을 받아서 돌아왔다. 당분간 반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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