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예술가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란 참으로 지난하구나 본문
아이쿠! 정말 많이 실망하고 화가 난 모양이군요.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누구나 쉽게 짐작하는 해당 ‘단체’와 오랜 기간 관련을 맺어온 사람으로서 무거운 마음으로 답글을 씁니다. 일단 해당 ‘단체’는 결코 혁신위 최종안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미봉되었거나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은 이후 논의 과정에서 수정해 나가면 되겠지요. 단체 회원 중 일부의 비판적 입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체 차원에서 애초부터 작정하고 혁신안을 부정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해당 단체가 1억이 넘은 지원비를 교부받아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건 다소 서운한 말이 아닐 수 없군요. 나름 이것거것 소문내면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어요. 오히려 오 선생이 앞으로는 해당 단체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슨 일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시 문화예술과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예산규모와 사업결과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게 해줄 겁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해당 단체도 앞으로는 좀 더 많은 홍보를 통해 지역과 함께 하는 행사를 하도록 노력해야겠지요.
그리고 해당 단체가 특정 정당과 연계되어 있다는 말씀은 뭔가 크게 오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런 발언은 나름 소신을 갖고 수십 년 동안 지역에서 활동해 온 해당 단체 선배 활동가들의 그간 작업을 폄훼하는 위험한 발언이라 생각합니다. 비판은 할 수 있을지언정 비난과 폄훼는 조심스러워져야 하지 않겠어요?
또한 해당 단체의 예술가 중에서 오랜 세월 동안 고작 한 개의 창작물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누군가에 대해 다소 감정적이고도 냉소적으로 말씀하셨는데, 그 사람은 오래 전 예술가의 길보다는 투사의 길을 가겠다는 자기 신념하에 몇 차례의 투옥과 석방을 반복하며 다른 방식으로 이 땅의 역사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일 겁니다. 그러다 보니 교과적 개념으로서의 예술활동은 많이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작업의 양으로 해당 예술가의, 소위 말하는 ‘자질’을 확증할 수는 없는 거 아니겠어요. 물론 그가 자신의 전사를 훈장처럼 언급하며 문화예술판에 해악을 끼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을 하려고 당랑거철의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비판은 상기한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넓은 의미로 정치를 해석한다면 우리들 모두의 행위는 일정 부분 정치적 행위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견해도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요. 만약 그러한 차이로 인해 촉발된 논쟁의 현장이 있다면 그 현장에서 각자의 ‘정치적 입장’ 더 나아가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각자의 변별점을 확실하게 밝히고 치열하게 토론하면 되는 거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노동운동 판에 있으면서 그토록 신물 나게 부딪쳤던 ‘진영 논리’가 문화예술판 안에도 변형된 형태로 엄존하고 있다는 씁쓸한 확인을 하게 될 때가 저 역시도 많습니다. 그래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윤색되어 유통되고, 반목과 질시가 뒤따르고, 끝내는 적대시하게 되는 악순환, 가슴 아프지요. 저 역시 그런 진영논리의 묵시적 유포자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아무튼 비판 혹은 비난의 포즈를 선점한다는 것이 자신의 과오를 잠깐 덮어줄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무화시킬 수는 없을 겁니다. 저나 오 선생 역시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닐 겁니다.
가슴 아프지만, 오 선생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다소 감정적인 의도적 악의가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헤아려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감정을 자제하며 이 글을 씁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와 해당 단체도 혹시 매너리즘에 빠져있거나 독불장군 식의 활동을 통해 함께 할 여지가 충분히 있는 지역의 동료들을 배제, 소외시킨 것은 아닌지 엄중하게 돌아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원칙이 아닌 것과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품위를 갖추지 못한 ‘카더라’식 비난이나 근거 없는 공세에 대해서는 묵과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동시에 똑 같은 무게감으로, 확인되지 않은 인물의 행적이나 발언 의도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반목과 적대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각각의 품위와 예술가적 자존을 지키는 길이란 참으로 지난한 길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을 문득 해봅니다.
그리고 이쯤에서 모두가 아시고 계신 그 ‘망할 놈의 단체’를 밝히려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놈의 ‘단체’, 앞으로도 여전히 많은 말들이 있겠지만, 부디 탈만은 없도록 노력해야 할 바로 그 단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기치, 그래요. 우리는 민예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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