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악몽을 꾸다 본문
새벽녘이었다. 무엇인가 머릿속으로 훅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눈을 뜨고 있었는데도 일그러진 악마들의 얼굴이 내 손아귀에서 소리를 질러댔다. 장면이 바뀌고 서너 명의 노인들이 서로를 난간에서 떨어뜨리려 막무가내로 싸웠다. 덩치가 작은 아버지가 보였고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버지, 그 싸움에 말려들지 마세요. 제발 상관하지 마세요.” 소리를 질렀다. 한 노인이 상의가 벗겨진 채 난간에 매달려 발버둥 쳤다. 그때 온몸이 물에 젖은 익숙한 얼굴 하나가 내 발 아래로 쓰러졌다. “아들인가?” 떨리는 마음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흔들며 다시 소리쳤다. “정신 차려. 왜 이러는 거야?”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왼쪽 눈이 멀어버린 채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웅얼거리며 울고 있는 동생의 얼굴이었다. 초점 잃은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다시 어깨를 들어 올리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정신 차리란 말이야.” 그러다 잠에서 깨어났다.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컴퓨터 모니터의 전원 표시등과 휴대폰에서 작은 불빛들이 점멸하고 있었다. ‘다행이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것이 선명했다. 최근에 꾼 꿈 중에 가장 섬뜩한 악몽이었다. 새벽에 깨어 멀리 달아난 꿈들을 다시 부르며 이 글을 쓴다. 부디 예지몽이 아니고 허접한 개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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