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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형도 형 가신 지 문득 30년, 무심히 흐른 세월이여 본문

일상

형도 형 가신 지 문득 30년, 무심히 흐른 세월이여

달빛사랑 2019. 3. 8. 00:55

오래된 書籍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삶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깃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오래 전 막 봄이 오기 시작하던 그때 형의 부고를 받고 빈소를 찾아가던 길, 생각난다. 병원 담장 아래 모여 담배를 피우며 말없이 하늘만 바라보던 문우들. 세월은 물처럼 흘러 어느덧 30, 그 기나긴 시간 동안 형은 늘 스물아홉 청년이었지만 나는 이제 50대 중반, 무상한 세월이여. 보고 싶다. 눈빛이 맑던 청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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