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형도 형 가신 지 문득 30년, 무심히 흐른 세월이여 본문
오래된 書籍ㅣ기형도
내가 살아온 것은 거의
기적적이었다
오랫동안 나는 곰팡이 피어
나는 어둡고 축축한 세계에서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질서
속에서, 텅 빈 희망 속에서
어찌 스스로의 일생을 예언할 수 있겠는가
다른 삶들은 분주히
몇몇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의 기능을
넘겨보며 서표(書標)를 꽂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너무 쉽게 살았다고
말한다, 좀더 두꺼운 추억이 필요하다는
사실, 완전을 위해서라면 두께가
문제겠는가? 나는 여러 번 장소를 옮기며 살았지만
죽음은 생각도 못했다, 나의 경력은
출생뿐이었으므로, 왜냐하면
두려움이 나의 속성이며
미래가 나의 과거이므로
나는 존재하는 것, 그러므로
용기란 얼마나 무책임한 것인가, 보라
나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모두
나를 떠나갔다,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누가 나를
펼쳐볼 것인ㄱ, 하지만 그 경우
그들은 거짓을 논할 자격이 없다
거깃과 참됨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꿈꾸어야 한다, 단
한 줄일 수도 있다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다
오래 전 막 봄이 오기 시작하던 그때 형의 부고를 받고 빈소를 찾아가던 길, 생각난다. 병원 담장 아래 모여 담배를 피우며 말없이 하늘만 바라보던 문우들. 세월은 물처럼 흘러 어느덧 30년, 그 기나긴 시간 동안 형은 늘 스물아홉 청년이었지만 나는 이제 50대 중반, 무상한 세월이여. 보고 싶다. 눈빛이 맑던 청년 시인……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포동 민주점에서 대취하다 (0) | 2019.03.10 |
---|---|
큰 비가 내린다면 나는 좋겠네 (0) | 2019.03.09 |
아버지의 꿈을 꾸다 (0) | 2019.03.07 |
내 방에 볕이 머무는 그 짧은 시간은 (0) | 2019.03.06 |
그렇다 나는 시인이다 (0) | 2019.03.05 |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