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문화재단 정례 이사회에 대한 유감 본문
문화재단 이사회가 있었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사들의 의견이 구체적인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사들은 그저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겠지요. 오늘도 나는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사업이 성급하게 고민되고 졸속으로 입안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지요. 그리고 그것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 “예, 알겠습니다. 앞으로 그러한 점을 반영하여 결정, 집행하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그대로 안건을 처리해 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회의에서 통과되고 나면 이사들이 그것에 대해 관여할 수 있는 통로는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재단 직원들이 결정한 것을 사후 추인해 주는 역할 밖에 하는 일이 없는 거잖아요. 추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을 안건에서 처리를 유예하는 시스템이 절대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전 회차에서 제기된 문제가 어떻게 시정되었는지 차기 회의에서 정확하게 보고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걸 보면 이사회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재단 직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드러납니다. 10년이 넘은 조직이고 인천의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는 규모 있는 기관의 모습으로는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래서 매번 이사회를 마치고 나면 ‘이사의 존립 근거가 무엇인가’하는 회의가 들곤 합니다. 여기에는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여타 이사들의 뇌동적 사고도 한 몫을 하고 있지요. 정말 재단이 다시 태어나려면 조직 내 소통구조 개선은 물론이고 이사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재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도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적확하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제기하지 못한 것에 대한 냉정한 자기비판을 해야 하겠지만 이것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 뭔가 진지하게 공론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참석자들의 의도가 순정한 것이라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진정성 있는 고민은 더욱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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