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혹한기의 초입 본문
날이 무척 차가워졌다. 예보에 의하면 20여 년만의 강추위에 한강의 결빙도 예년에 비해 40여일 빠를 것이라고 한다. 한낮인데도 아파트 보일러 굴뚝들과 자동차 배기구에서 하얀 연기가 어지럽게 피어올랐다. 마치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봉화가 일제히 타오르는 것 같은 정경들이었다. 어젯밤 내 방 창문 유리창에도 오랜만에 짙은 김이 서려있었다. 영화13도, 체감온도 영하18도. 이러한 강추위에도 외부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과 거리의 좌판을 지키는 상인들은 있는 곳에서 모두들 의연했다. 거리의 행인들은 모자와 목도리로 얼굴을 가린 채 종종걸음을 걸으며 부지런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그 동안 상처 입었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듯 겨울은 작정하고 냉기를 내뿜고 있는 중이다. 내일은 더욱 추워진다는데 거리의 허다한 생명들이 온기를 잃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오늘밤, 또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겨울의 서슬에 스러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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