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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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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분주한 하루

달빛사랑 2017. 9. 19. 23:30

인천문화포럼 문화가치확산분과 회의, 오후 2시 인천문화재단 2층 회의실.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포럼의 성격이 아니라서 당혹스러웠다. 어떤 것이 가치 있는 문화인가에 대한 논의는 사상한 채 확산이라는 형식적인 것만을 고민하는 자리였다. 결국 분과는 홍보단위로서 자기 위상을 결정지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분과 멤버에는 공무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앞으로도 이 모임을 계속 나와야 하는 건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청년민주주의 현장탐방 발표회 심사, 7시 인천민주평화인권센터. 여기서 만난 대학생들은 싱싱함 그 자체였다. 11개의 팀이 제출한 탐방 기록물과 발표회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미래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역사적 현장을 탐방하며 느낀 감상들을 PT자료로 만들어와 발표를 하는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역사는 그들이 만들어 가는 것, 나는 오늘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갈매기. 몸살 기운이 남아 있었지만, 그냥 귀가하기 허전해서 구월동으로 나갔다. 갈매기에는 혁재, 근직, 은희, 미경 등의 후배들이 술 마시고 있었다. 그들과 합석해서 서너 잔을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직이과 은희는 동인천으로, 미경이는 갈매기 근처 자기 집으로, 혁재는 한 잔 더하겠다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술을 마셨더니 오히려 몸살기운이 무뎌진 것 같다. 기분뿐이겠지만, 희한하다.

 

전철을 타기 위해 지하 복도를 걷다가 생각한다.


문학상

 

나는 그가 지난 시절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서툰 진정성보다 세련된 교활함이

대부분 승리하는 그들만의 리그.  


치자꽃 설화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 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가 일어서더니

오늘 따라 가랑비 엷게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꾹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아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풍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아있습니다-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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