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몸살감기 본문
결국, 몸살감기. 나쁜 예감은 왜 한 번도 빗나가질 않는 것인지. 누나도 몸살, 나도 몸살, 그래서 엄마는 혼자서 교회를 다녀오셨다. 얼마나 물을 들이켰던지 소변이 잦아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래도 엄마 앞에서는 아픈 척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질 않았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기침은 콜록대고, 코에서는 콧물이 연신 흐르고... 정말이지 사랑과 감기는 숨길 수 없는 게 확실하다. 저녁에는 마늘을 삶고 그것에 꿀을 부어 '꿀마늘'을 만들었다. 혼곤하게 서너 번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하루가 갔다. 내일 출근을 할 수 있을까? 이틀 동안 운동을 안 했더니 몸이 부어 오른다.
소쩍새 우는 봄날에
나에게도 소원이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낮게 드리운 초라한 집 뜰에
평생을 엎드려 담장이 될지언정
스스로 빛나 그대 품에 들지 않고
오직 무너져 흙으로 돌아갈
한 꿈밖엔 없는 돌이 되는 겁니다
구르고 구르다 그대 발밑을 뒹굴다
떠돌다 떠밀리다 그대 그림자에 묻힌들
제 아무리 단단해도 금강석이 되지 않고
제 아무리 슬퍼도, 그렇지요
울지 않는 돌이 되는 겁니다
이내 몸, 이 폭폭한 마음
소리 없이 스러지는 어느 날, 그렇게
부서져 고요히 가라앉으면
다시 소쩍새, 다시 소쩍새 우는 봄날에
양지바른 숲길에 부풀어오른
왜 따스한 흙 한줌 되지 않겠습니까―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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